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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순대시장 “재탄생”/5층 현대식건물 1∼4층에 입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89년 철거후 상인 “명물살리자”단결/단골 서울대생 「개장압력」도 큰 도움
서울의 명물거리였던 신림동 「순대시장」이 되살아났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뒤편 지상5층·지하2층의 현대식건물 1∼4층에 「신림 민속순대타운」이 문을 연 것이다.
80년대 중반 이후 인근 서울대생·서민들의 낭만과 애환이 깃들인 이색적인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았던 이곳은 89년말 시장 재개발 계획에 따라 전면 철거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이곳을 지켜온 상인 64명은 「서울의 명물」을 되살리기 위해 시장 소유주와 교섭을 벌인 끝에 『새로 들어서는 건물에 순대전문식당가를 할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2년여동안의 기다림 끝에 18일 새모습으로 단장한 「신림민속순대타운」이 문을 열었고 산뜻한 새가게의 주인이 된 상인들은 감개무량한 표정들이었다.
『보상금 몇푼을 쥐고 제갈길로 흩어지느냐,명물을 살리느냐를 놓고 모두들 고민했지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기로 마음을 모은데는 젊은 대학생 등 단골들의 「압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상인연합회 강상원 회장(59)은 「순대시장」의 명맥이 이어지게 된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했다.
『어떤일이 있어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이 시작된 90년 1월부터 철거대상에서 제외된 16개 업소에서 돌아가면서 한달에 1주일씩만 영업을 하는 「출혈경영」을 달게 받아들였다.
이들이 겪은 지난 2년여 세월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
재개발 전에는 업소별로 70여만원에 달하던 한달 순익은 2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는 수 없이 영업을 못하는 한달중 20여일은 파출부·일용직노동·아이돌보기 등 닥치는대로 「부업」을 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은 악화돼 상인중 80%가 전세를 사글세로 전환하고 빚더미에 올랐다. 일부는 멀리 부천·수원으로까지 나가 생계를 위해 발버둥쳤지만 서울의 명물 「순대시장」을 살리겠다는 손님들과의 약속은 차마 깰 수 없었다.
이곳 「순대시장」이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84년말.
5공시절엔 수배중인 서울대생에게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고 용돈까지 남몰래 손에 쥐어준 상인들이 많았다.
대형 철판위에서 삶은 순대를 깻잎·파·배추·버섯·쑥갓·쫄면사리 등을 기름과 함께 볶아 만든 이곳 순대는 맛도 별미지만 인심도 후해 3천5백원 하는 1인분이 다른곳의 두배분량에 가깝다.
상인 정인자씨(39·여)는 『서울대생들의 개강·종강파티,신입생 환영회를 지켜보면 나도 젊어지는 것 같다』며 『그동안 잊지않고 찾아준 고객들에게 당분간 음료수는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또 호객행위 금지,손님 서로 보내주기 등의 자치규약을 만들어 모범적인 시장을 만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순대시장 아줌마」들은 2년4개월의 산고끝에 산뜻하게 자리잡은 「신림순대뷔페」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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