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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대표/「정치도약」위한 포석/현대 주주권 행사포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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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재벌총수 꼬리표 떼야 될때”/공증 법률적 효력은 미지수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국민당이 현대그룹과의 관계단절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현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국민당이 이제 정주영 대표의 대권도전을 생각해야할 시점을 맞아 현대와의 관계를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당 수뇌부는 총선과정에서도 『총선이후에까지 정대표에게 현대나 재벌총수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은 국민당과 정대표의 「정치적 도약」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총선후 어떻게든 양자의 연결고리를 대외적으로 끊는 작업을 하겠다는 뜻을 비쳐왔다.
총선결과가 나온 직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의 간부도 『이제부터는 국민당도 현대와의 관계를 끊지 않고서는 곤란한 입장에 빠질 것이며 현대도 당과의 절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비슷한 인식을 보였었다.
국민당과 현대는 이를 위해 ▲정대표소유 주식매각과 ▲소유지분에 대한 의결권 포기 등 두가지 방안을 검토하다가 일단 후자인 주주로서의 권한행사 표기를 택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의 이병규 대표비서실장은 30일 『주식매각이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나 현재는 정부규제가 심하고 주식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데다 공정거래법상에도 문제가 있어 차선책으로 주주권 행사포기를 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당과 현대는 정대표의 이같은 의지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주주로서의 권한행사를 정세영 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공증문서를 작성,대외적으로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방식은 정대표가 계속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대주주로서의 권한행사를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회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얼마든지 권한행사가 가능한 「선언」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공증은 어느 정도의 법률적 효력은 있는 것이어서 현대그룹내에서 보면 정세영 회장이 현대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보다 확실하게 장악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대표는 지난해말부터 3조원에 이르는 개인재산의 「사회환원」도 얘기해왔었기 때문에 이 부문도 쟁점이나 최근 정대표의 측근들은 정치활동자금 소요를 감안한듯 추후 재산「일부」의 사회환원조치 검토를 내비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속마음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씨측은 아마도 일부재산(대부분 비상장사 주식)을 사회복지재단에기탁하고 일부는 현대종업원들에게 사원지주제 명목으로 추가매각함으로써 대재벌의 꼬리표를 떼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씨는 현재 현대중공업 등 10여개 비상장 현대계열사 주식 3천4백29만주와 현대자동차 등 14개 상장사의 4백88만주를 갖고 있는등 모두 3조원 상당의 개인재산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정씨가 주식을 모두 처분하지 않는한 정씨와 현대와의 관계로 보아 완전한 절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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