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북아가 세계의 성장을 견인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회의 참석자들. 뒷줄 왼쪽부터 량하이산.고지마 아키라·판강·후웨이·고미야마 히로시·류관쥔·오카무라 다다시·덩중한·윤종용·이구택·이인호·강신호·이희범·사카키바라 에이스케·사공일·조석래·조 후지오. 앞줄 왼쪽부터 도야마 아쓰코·지바오청·리창주·웨이푸성·마성룽·정훙예·스기타 료키.나카소네 야스히로·이홍구·홍석현·사카이야 다이치·니와 우이치로·김재철·이어령·정운찬(직책 및 경력은 오른쪽 표 참조).도쿄=김경빈 기자

■ 한.중.일 3국 대표 기조연설

이홍구 미국 뛰어넘을 새 국제질서 필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협력기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한.중.일은 그들의 행보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3국 정상은 '아세안+3'에서 '+3'형태로 만날 뿐이다.

이제는 3국이 독자적인 지역공동체 건설을 시도할 때다. 지난날의 갈등과 비극이 내일을 위한 공동체 건설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 아래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과 이를 실현할 리더십 등 3박자가 유럽공동체의 출발을 가능케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이 3박자가 있다.

세계 질서는 지금 전환기에 있다. 미국 중심의 유일 초강대국 체제 대신 새로운 질서의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일 3국이 세계 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커가고 있다. 3국이 능동적인 자세로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에 나서 지역공동체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무르익고 있다.

세 나라가 힘을 합치면 세계사의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이미 역사의 포로가 되길 거부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과감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한국인. 일본인.중국인인 동시에 아시안이며 세계인이란 걸 자연스럽게 체질화하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에 민감한 정치 지도자가 만사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기업 경영자 등 각계의 지도자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온 건 동북아 공동체의 건설을 낙관케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서울 회의에서 통화.경제협력 문제 등을 논의한 데 이어 도쿄 회의에서 환경.에너지 협력을 추가한 건 시의적절한 일이다. 그 공동체는 열린 사회, 열린 시장을 바탕으로 포용적.개방적이어야 한다. 몽골의 참여는 물론 북한도 예외 지대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3국은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전에도 적극 협력할 것으로 믿는다.

나카소네 미국도 포함 17개국 정상회의를

현재 거론되는 동아시아의 미래상과 관련, 두 가지 구상이 있다. 하나는 '아세안+3', 즉 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3국으로 구성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다. 다른 하나는 여기에 호주.뉴질랜드.인도를 추가한 16개국 정상회의다. 나는 두 가지 기구가 공존하는 중층적 상황도 생각하고 있다.

걸림돌도 있다. 우선 아세안에 비해 동북아 3국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아베 신조 총리가 한.중 정상을 만나러 갔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일본에 왔다. 얼음이 녹아 물이 돼 3개국을 자유롭게 흐르면서도 경쟁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이른 시일 내 3국 정상 간 정기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

두 번째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은 이 지역에 경제적 비중이 큰 데다 번영의 배경이 되고 있는 안전보장의 기반도 제공해 주고 있다. 유럽공동체(EC)가 유럽연합(EU)으로 바뀐 과정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도.호주.뉴질랜드에 미국까지 참여하는 17개국 정상회의가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막강한 국가 연합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무역과 통상을 이미 중시해 왔으며 공동체 구상에 적극 협력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잘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환경 기술 등에서 공헌할 의사도 있다.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일본은 결코 군사 국가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권 문제에서도 공헌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첸치천 '한반도 비핵화' 3국 책임 다해야

동북아 정세에 반가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고위급 경제대화 개최 등에도 합의했다. 중국과 한국의 전면적 파트너 관계도 더욱 굳건해졌다. 원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교류 협력을 강조했다. 1월에는 세 나라 정상이 필리핀에서 만나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30인회가 3국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역사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 무역을 촉진하면서 민간교류를 증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겠다.

지역 발전을 만들기 위해 3국이 노력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정치적 상호 신뢰의 증진, 한반도 비핵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그것이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3국은 각자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이행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협력과 발전의 물적 기반을 충실하게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성이 두드러진다. 우선 역내 무역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경제의 균형적 발전뿐 아니라 그 속에 거대한 잠재력과 비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무역과 투자 정책을 조정할 때에는 이웃 나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설령 분쟁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 금융위기 방지 시스템을 강화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에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첸 전 부총리는 일시 건강이 안 좋아 참석하지 못했다. 기조연설문은 마성룽 신화사 부사장이 대독했다.)

◆ 특별취재팀=유상철 (중앙SUNDAY 국제 에디터).김경빈(영상부문).예영준.김현기(도쿄 특파원)
장세정(베이징 특파원).고정애(정치부문) 기자<scyou@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