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수그러든 대전·충남/최형민 기동취재반(총선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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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전·충남지역의 지역감정이 다소 수그러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13대 총선때 이 지역을 강타했던 JP(김종필 민자최고위원)바람을 이번에는 그렇게 느낄 수 없었다.
『13대 때는 영호남 지역대결 흐름에 휩쓸려 멋모르고 무조건 공화당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인물위주로 표를 찍을 겁니다.』
택시기사 몇 사람의 한결같은 말이다.
『승객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어요. 제손으로 뽑은 선량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뒷전으로 밀리고,TV로 중계된 청문회에서 질문다운 질문을 못할 때 많이들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대전·충남에서는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 또 민자당후보 가운데 JP를 들먹이며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후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야당과 무소속후보들은 JP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JP를 따라 민자당으로 옮겨간 공화계 의원들의 줏대없음을 통렬하게 비난한다.
청양­홍성의 무소속 이인배 후보는 『한일 청구권회담때 민족을 배신하고 또다시 3당통합으로 충청도민을 기만한 JP에게 내일의 정치를 맡길 수 없다』고 통박했다.
예산의 국민당 박병선 후보는 『돈을 받고 공청권을 팔아 넘긴 JP는 한 계파의 보스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 붙였다. 물론 대권싸움에 나라일도 돌보지 않는다며 노태우 대통령과 두김씨에 대한 비난도 빗발쳤다.
JP바람의 냉각이 영호남 지역감정의 해소로 즉각 연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만큼 영호남 지역감정은 골이 깊고 지역주민들의 정서속에 아직까지도 분명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대전·충남 주민들의 성숙된 정치의식은 정당보다는 인물위주로 표를 찍겠다는 뚜렷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역감정을 대권쟁탈과 표몰이에 이용하는 정치지도자·선량후보들은 물론 미망속에 빠져있는 타지역 주민들에게도 지역대결이란 결국 「장님 제닭 잡아먹기」임을 깨우치게 해주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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