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 연행 실태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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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 강제 연행된 한국인 노무자에 대한 사료 발굴과 유해 송환을 추진해온 「일제 36년사 연구소」 (소장 서남현)가 29일 오후 1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다이아몬드 볼룸에서 3·1절 73주년을 맞아 「조선인 강제 연행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강제 연행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북해도 지역 광산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루었으며, 오랜 기간 동안 현장 조사를 벌여온 일본인들이 발표자로 나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들은 일제의 강제 징용을 참회하는 뜻에서 연구소의 유해 송환 운동 등에 함께 참여해온 지식인으로 발표 내용에서도 분명한 사죄의 뜻을 비추었다.
기조 강연을 맡았던 안병직 교수 (서울대)는 『이번 행사는 강제 연행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부족했던 현실에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하며, 더욱이 양 당사자인 한일 국민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한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발제자인 시라토 히토야스 (백호인강·미패시 1백년사 편찬위원)는 「북해도의 조선인노동자 강제 연행자 개황」이란 글에서 『일본에 강제 연행된 조선인 노동자 중 약 20%인 22만여명이 북해도로 끌려 왔으며, 이들 중 65%가 탄광 노동에 종사했고, 특히 압도적 다수가 위험한 갱내 작업에 투입됐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 중 사망자수는 약 2천5백73명으로 추정되지만 일본 지방 자치사 중 조선인 강제 연행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일본인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탓했다.
이어 이치하라 히루시 (시원박·북해학원 대학 교수)는 「전시하 조선인 탄광 노동의 실태」라는 발제문에서 스미토모 탄광에 대한 사례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노무자의 모집에서부터 훈련·작업·임금·식사 등에 이르기까지의 실태를 생생히 들려주었다.
마지막 발제자인 도뇨히라 요시히토 스님은 「민족의 진정한 화해를 바라며」라는 글에서 많은 희생자를 냈음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룡댐 공사 현장을 사례로 연구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다코베야」(반년 묶기)라는 이름의 계약 형태로 강제 연행된 노무자들이 6개월 간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한 육체 노동을 하다 영양실조로 숨지거나 도망치다 붙잡혀 숨진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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