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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묶인 서울 최하위권 몸집 키운 곳 월드스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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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서 발전과 쇠퇴의 기로에 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런던 같은 선진국의 거대 도시들에 비해 투자유치나 생산성 등 주요 경쟁력 지표들이 현저히 떨어져 국가 경제를 이끌고 갈 성장 엔진 구실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 발간한 '글로벌 경제에서의 도시 경쟁력'이라는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 26개 도시들의 경쟁력을 ▶월드 스타▶내셔널 스타▶전환기의 도시 등 3개 등급으로 평가하면서 서울을 최하위권인 전환기 도시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최상위권인 월드 스타급 도시로 뉴욕.런던.도쿄.뮌헨.밀라노를 꼽았다. 고도로 특화된 기능들이 세계 전역으로 연결돼 있으며, 시민들의 1인당 소득이 해당 국가뿐 아니라 OECD 평균치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로마.마드리드.시카고.부다페스트는 중위권인 내셔널 스타급으로 평가했다. 생산성이나 소득 수준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경제기반이 튼튼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춰 해당 국가에서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며, 특히 시민들의 1인당 소득 수준이 국가 평균치와 비슷하거나 밑돌아 성장 동력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도시들을 전환기의 도시로 분류, 서울과 맨체스터.베를린.몬트리올을 포함시켰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가 경제력에서 훨씬 앞서는 독일 베를린이나 캐나다 몬트리올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이유는 부다페스트 시민의 1인당 소득이 헝가리 전체의 소득 수준을 60% 이상 웃돌면서 국가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전환기의 도시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급속히 쇠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위상에서 벗어나려면 인적자원과 경제력을 더욱 쌓고(집적화), 행정구역도 넓혀 나가야(광역화) 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르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과 공기업 지방이전 등 지방화.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규제로 서울의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방향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OECD와 클럽 마드리드가 '세계화로 가는 도시의 정책'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OECD 보고서와 유사한 견해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미 시카고대의 사스키아 사슨 교수는 "글로벌 도시로서의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산업클러스터를 포함할 수 있는 광역화(Megaregion)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드리드=신혜경 전문기자

◆ 마드리드 클럽=2001년 결성된 전직 국가 수반들의 모임으로,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조직됐다. 빌 클린턴(미국), 메리 로빈슨(아일랜드), 리카르도 라고스(칠레) 등 68개국의 전직 국가 수반이 회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홍구 전 총리가 회원이다.

◆ 클러스터(cluster)='다발'이란 뜻. 연관성 있는 산업과 대학.연구기관.공공기관 등을 한데 묶어 시너지와 부가가치를 배가시키는 산.학.연 협력 생산 시스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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