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의 상처 화면에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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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처럼 한국과 관련된 태평양전쟁의 실상을 훑어본 TV다큐멘터리 특집물이 제작돼 방송된다.
MBC-TV는 3부작『잊혀진 전쟁-태평양전선을 따라서』를 3·1절 특집으로 마련, 3월1일 전후에 방송한다.
이 작품은 당초 태평양전쟁 개전 50주년인 지난해 12월 방송을 목표로 기획돼 만주전선부터 사이판에 이르는 역사의 격전지를 화면에 담으려 했으나 뒤늦게 제작된 것이다.
제작팀은 제작규모를 줄여 6개월간 사이판·티니안·괌·팔라우군도 등을 돌며 한국인 징용자와 정신대의 진상을 파헤치고 당시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국내 생존자와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함께 곁들여진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장면들이 상당수 담겨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한국인 징용자와 정신대 3천여명을 태우고 가다 미군이 설치한 기뢰에 부딪쳐 침몰한 수송선들의 잔해, 가미가체비행기의 완전한 모습 등이 수중촬영을 거쳐 국내에 첫 소개된다.
제작팀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태평양전쟁이 끝난 직후의 모습을 정지된 상태로 TV화면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태평양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6·25에 못지 않다고 봅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일제 36년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6·25보다 더 억울하고 분한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자 이동석씨는 우리와 떼려야 뗄수 없는 이 전쟁의 의미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야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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