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금리 비트' 투자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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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모(38)씨는 지난해 6월 가입한 주식형 펀드를 얼마 전 환매했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실망이 컸다. 목돈 500만원을 부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을 13만원이나 까먹은 것이다. 정씨는 "잘나가는 국내 대표주에만 투자한다는 펀드라 가입했는데 손해만 봤다"며 "요즘 펀드 시장을 보면 다시 투자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한숨지었다.

투자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펀드와 부동산 등 각종 직.간접 투자처의 수익률이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칠 만큼 저조했다. 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가 뚜렷한 데다 주식 시장도 예전 같은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리 비트(Beat)투자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고 진단했다. '금리 비트'는 초저금리 속에서 각종 투자 방안들이 은행 정기예금 이자와 씨름하는 상황을 묘사한 금융 신조어다. 금리 비트 시대의 투자 전략을 알아봤다.

◆수익률 추락 비상=수익률 하락은 투자 유형.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가장 공격적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성장형 펀드(주식 편입 비중 70% 초과)의 평균 수익률은 1.68%에 그쳤다. 최근 1년 수익률도 평균 6.63%였다. 2005년(62.90%)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

채권형 펀드도 성적이 부진하긴 매한가지다. 올 들어 국공채형 채권펀드 평균 수익률은 1.23%에 머물렀다. 1년 수익률(4.44%)도 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평균 연 4.79%)에도 못 미친다.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가 꺾인 지 오래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서울 강남 아파트 중 지난해 말에 비해 호가가 1억~2억원씩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두 자릿수 수익률 시대'는 잊어라=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처럼 투자 수익률이 급락한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투자와 성장이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투자 의욕이 꺾이면서 자금 수요도 덩달아 급감해 채권 펀드는 5% 안팎의 수익을 내기도 버거워졌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도 탄력을 잃었다. 국내 증시는 더 이상 '냄비 증시''널뛰기 증시'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 만큼 차분해졌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 2.86%에 달하던 거래소 시장의 일간 변동성은 이후 해마다 줄었다. 2004년 1.48%에서 지난해엔 1.15%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0.99%로 일본 증시(1.08%)보다도 차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상장 기업의 이익이 2005년 이래 2년 연속 줄어든 데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증시 활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증시에서 돈을 까먹는 일도 줄었지만 두 자릿수 수익을 내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도 두 자리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올해 부동산 값 상승률은 전국은 3%, 수도권 지역은 5% 이내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에 본격 도입되는 분양가 상한제에다 각종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메리트마저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표재용.최준호.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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