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 대선자금 고해성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을 동시에 압박했다. SK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양측이 모두 "대선자금에 대해 국민 앞에 밝히겠다"고 약속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고해성사를 거듭 촉구했다.

조순형(趙舜衡)대표는 8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李전총재는 SK 비자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감옥에라도 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盧대통령에 대해선 "盧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고해성사를 했더라면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어 경제 신인도가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李전총재의 최측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盧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는 진전이 없다"며 "매미가 울 때 수사가 시작돼 낙엽 떨어지고 강풍이 불 때까지 계속되고 있는데…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자금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는 것이 여권의 총선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이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재의로 수세에 몰리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선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지지도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열린 우리당을 띄우기 위해 검찰수사를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엔 盧대통령이 정국 구도를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양자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심도 깔려 있다.

이렇게 되면 원내 2당의 야당인 민주당으로선 속수무책이 된다. 발언권이 약해지고 정국 장악력도 떨어질 게 뻔하다. 문제는 이런 구도가 내년 총선의 승패와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동시에 압박하며 캐스팅 보트를 잡는 '시시비비(是是非非) 전략'을 한동안 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청와대가 최병렬 대표 측과 접촉, 盧대통령과 4당 대표 회담을 타진한 데 대해 "측근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를 덮기 위한 부패 공조"(金聖順 대변인)라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