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평화시 우리 손으로…-장단군 실향민들 고향 찾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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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비무장지대 평화시 건설에 때맞춰 인근 민통선 북방지역도 군민의 손으로 일궈 분단의 벽을 허물자.』
6·25전쟁이 휴전으로 막 내린지 39년. 고향마을이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인 민통선안으로 묶이는 바람에 이웃 파주군 일대로 이주, 실향의 한을 안고 살아온 옛 경기도 장단군 출신 실향민 2만 여명이 「장단수복추진위원회」(위원장 이은섭·63)를 결성, 「남북교류 시대에 대비, 민통선지역 고향마을을 군민의 손으로 개발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장단군민들이 이 같은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88년 노태우대통령이 비무장지대에 남북교류의 전초기기가 되는 평화시를 세운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부터.
파주군 일대에 거주하는 장단군 군민들은 군민회(회장 이준의·72)를 중심으로 「평화시 유치운동」을 벌여왔으며 지난해 장단군 일대 비무장지대가 평화시 건설예정부지로 확정되자 『평화시 인근 민통선지역 개발은 군민의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안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수복추진위는 정부 구상안이 발표되자 평화시 건설을 조기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통선 내부로 실향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장단·군내·진동면 등 민통선 안목 3개 면에 대한 이주 허가를 청와대·국방부·내무부 등에 요청하는 한편 정부구상과는 별도로 자체적인 수복지구개발 계획안을 마련했다.
수복추진위는 「주민 이주 및 개발계획」을 마련, 남북화해 무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중에 민통선 북방 논·밭을 경작키 위해 현재 출입영농을 하고 있는 가구를 주 대상으로 3백20가구를 이주시키는 등 앞으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1천40가구 5천 여명을 거주케 해 이스라엘의 전략촌인 「모샤브」 형태의 통제부락 9개를 만들어 평화시 건설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
수복추진위는 이 사업추진을 위해 남한의 실향민을 대상으로 평화시 건설성금 모금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남북교류에 대비 90년 11월 행주대교에서 임진각에 이르는 자유로(54㎞) 개설공사를 착공, 건설중이며 문산∼장단간(12㎞)을 잇는 경의선 복구작업도 추진 중이어서 장단군 실향민들의 기대는 더욱 크다.
추진위원장 이은섭씨는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39년 동안 실향의 아픔을 씹으며 살아야했다』면서 『평화시 건설과 함께 잃어버렸던 고향을 되찾을 수 있다면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 <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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