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유족회 김종대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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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절망·분노·한」.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장 김종대씨(56)의 생애는 이 세단어로 축약된다.
65년 한일협정이후 정부의 일제희생자 배상에 대한 소극성에 「절망」했다.
과거에 대한 사죄·반성요구 때마다 변명과 합리화로 일관하는 일본의 뻔뻔스러움엔 그저「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5세 때 일제에 강제징용됐다 불귀의 객이 된 아버지의 시신도 모시지 못한 불효가「한」으로 서려있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가 방한했는데.
『과거 만행에 대한 진솔한 사죄 없는 방문은 양국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전쟁희생자에 대한 합리적인 배상도 없이 어떻게 우리 땅을 밟을 수 있는가. 온몸으로 반대한다.』
-일본은 65년 한일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끝났다고 하지않는가.
『말도 안된다. 당시 양국정부가 배상대상으로 삼은 희생자는 2만1천9백19명으로 5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제희생자는 강제 동원된 노무자만 5백30만명에 군인·정신대등을 포함하면 6백50만명에 달한다. 그나마 정부는 5억달러도 일부 유가족에 장례비용에도 못 미치는 30만원씩 나눠주고 대부분 국가경제건설에 사용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식으로 배상해야 하는가.
『먼저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6백50만 희생자의 피해정도에 따라 개별배상을 해야한다.』
-지난해 12월 일본법원을 상대로 회원들이 배상소송을 냈는데.
『일본의 부도덕성을 법으로 규명해보기 위해서다. 승소하든, 패소하든 일제의 만행과 현 일본의 부도덕성이 드러나리라 믿는다. 올 상반기 중에도 희생 노무자 대표들이 배상소송을 낼 예정이다.』
-미야자와 총리가 최근 정신대희생자의 배상소송을 인정한다고 했는데.
『40년 전에 했어야 할 말이다.』
-회원 규모는.
『전쟁당시 군속노무자·징집병·위안부·유족 등 2만여명에 달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희생자의 사망날짜·생사여부·만행내용 등을 철저히 밝혀나가 끊임없이 법적 투쟁을 벌이겠다. 우리정부도 양심과 배알이 있다면 이 계획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할 것으로 믿는다.』
김씨는 고학으로 전북대국문과, 경희대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68년 사재를 털어 전북순창에 동계중학교를 설립, 지금까지 교장을 맡아오고 있다. <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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