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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물 홍수에 "주가 밀린다"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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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연말 증시가 컴퓨터 프로그램 매물로 비상이 걸렸다.

오는 11일 주가지수 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의 동시 만기(트리플위칭데이)를 사흘 앞두고 그동안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사들인 주식들이 한꺼번에 매물화하면서 증시가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장세를 지속하면서 손실폭을 줄이려는 기관투자가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들였던 주식을 대거 내놓고 있는 것이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이 같은 프로그램 매물에 직격탄을 맞고 지난주 말보다 4.61포인트(0.58%) 내린 784.80으로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물은 지난주 말 1천4백88억원이 나온데 이어 이날도 1천8백97억원이 쏟아져 주가를 끌어내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4일 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1조8천7백9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 잔고 가운데 30~40%인 5천억~7천억원 가량은 매물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어 장세 급변동이 11일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작을 때 매수했던 주식들이 매물화되고 있다"며 "이런 물량은 11일까지 계속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수 잔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사들이면서 최근까지 선물시장이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주가지수 선물(코스피200 12월물)을 팔고 가격이 낮아지는 현물 주식을 사들이는 매수 차익 거래가 급증하게 된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올 들어 개인들의 증시 이탈로 주식 매수 여력이 크게 약화되자 이 같은 선물과 현물의 상대적 가격 차이를 이용한 매수 차익 거래로 승부를 걸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을 정점으로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화되면서 프로그램 매매는 장세를 이끄는 요인보다 장세를 불안하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매매가 줄면서 사실상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장세가 오름세를 타면 굳이 현물을 팔지 않고 내년 3월물까지 만기를 연장해도 되지만 현물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기관들이 11일 만기 이전에 주식을 매물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신증권 천대중 연구원은 "지수가 소폭 하락에 그친 것은 내년을 내다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 덕분"이라며 "며칠만 잘 견디면 예상보다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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