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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수장들 변신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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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뚝섬 정수장의 이전 모습(右)과 현재 모습. 가운데 작은 건물 오른쪽에 갤러리정원.곤충식물원 등이 들어섰다. 정수장의 침수지 시설 위에 들어선 곤충식물원은 체험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문규 기자


28일 오전 서울 뚝섬 서울숲 내 곤충식물원. 주부 최윤선(35.서울 송파동)씨가 초등학교 2학년생인 장영훈(8)군과 유치원생 채영(6)양 남매를 데리고 곤충.식물 관찰에 여념이 없다.

커다란 수조 속에 담긴 물방개를 발견한 영훈이의 눈이 빛난다. 영훈군은 "그림책에서만 보았던 물방개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채영이는 화초류를 심어 놓은 곤충식물원 2층에서 안내원에게서 비파나무 열매를 얻어먹고는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 곤충식물원은 원래 한강물을 거르는 정수장이었다. 하지만 정수장 기능이 더 필요하지 않게 된 2005년 6월 서울숲 개장 때 곤충식물원으로 변신했다. 문길동 조경녹지팀장은 "4~10월 성수기에는 주말 하루 8000~1만 명, 평일에도 40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곤충식물원이 인기"라고 말했다.

서울의 정수장이 변하고 있다. 정수장은 한강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곳이다. 이렇게 걸러진 물은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보급된다. 예전에는 수도관에서 물이 줄줄 새다 보니 정수장이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낡은 수도관을 교체해 새는 물을 줄인 결과 정수장이 과거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서울시는 쓸모없는 정수장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이나 야구장 등을 세우고 있다.

◆ 변신하는 정수장=1908년 뚝섬 정수장이 건설되면서 정수(淨水)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서울시에는 모두 10개의 정수장이 세워졌다. 하지만 서울 상수도의 누수율이 낮아지면서 정수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누수율이란 정수장에서 보낸 수돗물 중 가정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샌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서울 상수도의 누수율은 7%였다. 예컨대 100ℓ를 생산했다면 그중 7ℓ는 중간에서 샜다는 얘기다. 이 누수율은 2000년엔 25%에 달했다.

서울 상수도사업본부 이종욱 교육홍보과장은 "수돗물이 새던 낡은 관을 품질 좋은 새 관으로 바꾸고, 수돗물의 중간 저장소인 배수지를 확충하면서 누수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9년 730만t까지 갔던 서울시의 하루 정수량이 지난해에는 540만t으로 떨어졌다. 서울시는 이렇게 정수 용량이 줄면서 쓸모가 없어진 보광.노량진.선유.신월 등 네 곳의 정수장을 폐쇄했다. 구의.뚝섬 정수장은 부분 가동 중이다.

폐쇄된 보광 정수장에는 서울 용산국제학교가 들어섰다. 신월과 구의 정수장에는 야구장이 설립될 예정이다. 선유 정수장은 2002년 선유도공원으로 재탄생했다.

◆ 정수장 리모델링도=71년 처음 건설돼 차츰 용량을 늘려온 영등포 정수장은 29일부터 4년간의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오존.활성탄 등을 활용해 수돗물 특유의 비린 맛과 냄새를 제거하는 고도 정수처리 시설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총 12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광암.암사.구의.뚝섬.강북 정수장 등 나머지 정수장에도 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상수도 도입 100주년을 맞아 내년에는 각종 기념 이벤트가 펼쳐진다. 서울시는 뚝섬 정수장 안에 있는 경성수도양수공장(京城水道揚水工場)을 수도박물관으로 꾸미고, 각종 전시회.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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