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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줄어든 여 대권갈등/「노대통령 결심」에 정가이목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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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명않은채 「후보가시화」 유력/“아직은 원론적 언급일뿐 속단 금물” 신중론도
민자당내 대권후계문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와 당내 김영삼 대표계 사이에 「막후대권흥정」이 진전을 보이는 흔적이 나타나면서 이곳 저곳에 도사려 있는 정면충돌의 분위기를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힐 「복안」이 절충형태쪽으로 알려져 이미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김대표계가 강공자세를 다소 누그러뜨리는데 반해 민정계의 자유경선론을 내세우는 이종찬 의원등 신정치그룹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노대통령이 신년 1일과 2일 친인척과 당중진 등을 잇따라 만나 「미묘한 언급」을 하고 있어 모종의 결심이 선것이라는 추측이 무성.
2일 저녁 김윤환 총장·나웅배 정책의장·이자헌 총무와 전직 당3역인 이춘구·이한동·심명보 의원 등을 청와대로 불러 베푼 만찬에서 「대통령 결심론」을 피력해 복안공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은 『후계구도등 정치일정 문제를 3당통합정신에 따라 내가 곧 결심하겠다』며 『결심하면 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
이 발언을 놓고 한 참석자는 『노대통령의 발언은 이례적이며 무언가 결단이 박두했음을 비친 것』이라며 『결심의 윤곽을 푸는 열쇠는 「3당통합 정신」 아니냐』고 분석.
지난 12월초부터 「대통령결정론」을 언급해온 김윤환 총장은 『3당통합 정신은 정치안정이며 당이 깨지면 6공의 지난 2년간 정치는 무위로 돌아간다』고 노대통령의 결심이 「분당불가론」에 기초했음을 강조.
김총장은 『만약 분당사태가 있으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됨을 노대통령과 김대표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3,14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전에 노대통령과 김대표간의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
그는 두사람간 절충형태에 대해 『예를 든다면 김대표를 어느 수준에서 다독거려 당을 끌고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후보지명 전당대회대신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가시화」의 모양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
그러나 다른 참석자는 『노대통령의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후계문제가 김대표쪽으로 기울어진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주장.
이에 대해 김대표계의 핵심의원은 『만찬에 참석한 중진들이 민정계이며 반김대표 핵심인 이종찬 의원이 빠진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대통령이 김대표를 후계자로 정하더라도 반발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설득」의 모임 같다』고 고무된 표정.
그는 『차기대통령후보로 김대표가 「적임자」라는 표현을 노대통령이 사용한다면 임시전당대회 소집요구의 취소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여유.
○…노대통령이 1일 저녁 김복동·금진호씨와 박철언 의원,동생 노재우씨,사돈 최종현 선경회장,신명수 동방유량 회장 등 6명의 가족들을 청와대로 불렀는데 이자리에서 결심의 일단이 피력됐다는 소문. 이날 모임에서 노대통령과 친인척 6명은 가족들과 따로 저녁을 먹었는데 이 모임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
3일 김대표 방 주변에선 노대통령이 『김대표의 손을 들어주는게 불가피할 것 같다』는 언질을 던진 것으로 소문이 나돌았고 주요 핵심들은 청와대측으로부터 간접통보가 있었다고 주장.
그러나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박철언 의원은 『신년 하례모임은 매년 해오는 것으로 세배하고 대담을 나누는 자리이며 정치에 관한 얘기는 분명히 없었다』고 딱잘라 부인. 금씨도 『그런 사실은 없다』고 확인.
박의원은 『2일 밤 노대통령이 당중진에게 언급한 3당통합 정신에 따르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역설.
그럼에도 당 주변에선 청와대와 김대표계의 절충점이 마련돼 노대통령과 김대표간의 최종 협의단계로 넘어갔으며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절충점은 노대통령의 남은 1년1개월의 임기를 감안,총재권한대행등 제도적인 보장보다 기자회견에서 후계구도를 언급할 표현의 「밀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
김대표측도 대권대열에 뛰어들만한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박철언 의원과 김대표사이에 「현격한」 위상차가 굳어진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입장선회는 ▲탈당할 경우 사실상 위험부담이 크고 ▲노대통령의 언질을 담보로 잡아 당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계산한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찮아 앞으로의 사태진전에는 여전히 난관이 중첩.
자유경선론을 주창하고 있는 이종찬·오유방·심명보 의원 등 민정계내 「신정치그룹」 중진들은 청와대­YS간 밀착움직임을 심상치않은 상황변화로 보고 반대투쟁선언등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이종찬 의원은 『만약 경선을 통하지 않은 지명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공식적으로 경선관철투쟁을 선언하겠다』며 『나 혼자만이 남는 외로운 투쟁이 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
이의원은 3일밤 오의원과 긴급회동,대책을 협의한데 이어 4일 오전 청와대회동 참석자인 이자헌 총무를 만나 정확한 내용을 탐문.
이의원은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도 총선후 자유경선에 긍정적인 입장인 만큼 두 최고의원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연대를 모색할 뜻을 비쳤다.
민정계의원중 상당수는 『후보지명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청와대그룹과 특정세력간에 밀약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자유·개방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청와대측은 최근 움직임이 노대통령이 YS에게 굴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
민주계측은 노대통령이 결심하면 그것으로 분위기는 한곳으로 몰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데 반YS파의 최후반격 강도가 어느정도인지 관심.<박보균·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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