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대한중재인협회 새 회장 이정훈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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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5대 대한중재인협회장으로 20일 선임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정훈(60.사진) 대표 변호사는 "한국을 아시아의 중재 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재란 기업 등 사인(私人) 간의 분쟁을 법원이 아니라 제3의 사인에 맡겨 해결하는 제도다.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중재인은 중재 과정에서 판사 역할을 한다. 중재인협회는 이런 사람들의 모임으로 법조인.실업인.교수 등 9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이 대표는 회장 2년 임기 중 중재인 전문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중재 절차의 상당 부분이 중재인 재량에 좌우돼 중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려면 심판자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 교류를 늘려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중재 센터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재 제도와 사건 수 면에서 한국은 중재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중재 시장에서는 되레 유리하다. 3국간 분쟁을 한국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샌드위치 코리아'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관련 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은 매년 200여 건의 중재를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50여 건이 국제 중재 사건이다. 국제 중재를 활성화하려고 올 초 '국제 중재 규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뜯어 고쳤다. 중재인 보수 규정 등을 현실화해 기업들이 유능한 중재인을 택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들도 상거래 계약 때 한국을 중재 장소로 많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중반 이후 법률시장의 단계적 개방이 예상되는 것과 관련, 로펌의 전문화.대형화를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도 한국 로펌을 많이 이용해 우리 변호사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한국 문화와 정서에 익숙한 한국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일찌감치 국제화에 신경을 썼다. 이 대표는 "수성(守城)에만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다. 태평양은 중국.일본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다. 2000년 국내 로펌 중에 처음으로 국제중재팀을 만들어 '법률 시장의 블루오션'인 중재 분야에 뛰어들었다. 전담 변호사가 9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사법시험 11회로 태평양 창립 멤버다. 태평양의 영문 명칭 'BAE,KIM & LEE'의 'LEE'가 바로 그다. 사시 동기 중 현역은 김용담 대법관이 유일하다. 서울지검 검사로 있다가 84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한해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에 시장 개방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변호사는 괜찮은 직업일까.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희소성으로 보장받는 시대는 가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면 과거보다 더 큰 과실 (果實)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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