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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삼성전자 유럽 심장부 헝가리 공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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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야스페니사루의 삼성 TV 공장에서 직원들이 'ㄷ'자 모양의 셀 라인 작업대에서 디지털 TV를 만들고 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70㎞쯤 떨어진 야스페니사루시는 인구 6000명의 작은 도시다. 13일 이곳에 있는 '삼성 떼르(대로) 1번지'를 찾았다. 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의 공장 주소다. 삼성이 지역 사회에 기여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시가 공장 앞길을 '삼성 떼르'로 명명했다. 야스페니사루는 감자와 콩.해바라기.유채 같은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아가던 농촌 마을이었다. 1989년 삼성전자가 TV 공장을 세우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일자리를 갖게 됐고, 삼성이 내는 각종 세금으로 시 재정이 안정된 것이다. 살림이 커지자 93년 야스페니사루는 시로 승격했고, 지금은 전국 10위권 규모의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이준영 삼성전자 헝가리법인장은 "지금도 우리 공장이 시 재정의 90%를 채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공장의 현지 채용 인력은 3000명선. 사보 안드라쉬 매니저는 "야스페니사루는 평균 한 가정에 한 명꼴로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삼성 타운'"이라며 "주민들 집에는 삼성 TV가 한 두대씩은 있다"고 말했다. 도시만 발전한 게 아니었다. 공장도 설립 18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했다. 2000년 2억9000만 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6억54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는 2005년보다 45% 성장하는 등 성장세도 가파르다.

◆ 생산성을 올렸다=공장 안에 들어서자 직원이 아닌 기계가 취재진을 맞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SMD 자동화 장비였다. SMD는 납땜을 하지 않고 인쇄회로기판에 전자부품을 붙이는 공정이다. 이기남 생산부장은 "자동화 장비 55대를 도입했더니 과거 8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한 명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다른 쪽에는 생산성 향상의 1등 공신인 셀 라인 작업대가 눈에 들어왔다. 셀 라인은 'ㄷ'자 모양의 작업대에서 작업자 한 명이 디지털 TV 생산의 처음부터 끝까지 60여 가지 공정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컨베이어벨트는 설치비가 10억원 이상 들지만 셀 라인은 숙련된 작업자만 있으면 된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60~70명이 하루 1500대를 생산하던 것을 1인 셀에서는 숙련된 작업자가 100~120대를 만들어낸다. 생산성을 무려 5배나 높인 것이다.

◆ 유럽을 공략한다=헝가리 공장은 전세계에서 TV를 생산하는 삼성의 7개 공장 중 최대 규모이다. 삼성의 연간 생산량 1100만대의 절반인 500만대가 이곳과 인근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출고된다. 헝가리 공장에서 만들어진 TV는 서유럽과 동유럽,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수출된다. 헝가리 법인이 삼성전자의 유럽 공략 핵심 기지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후 주변에 전자업체들이 대거 들어와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벨트가 형성됐다. 91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백색가전 공장을, 95년 소니가 홈시어터와 DVD 공장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7월 완공을 목표로 2만50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짓고 있다. TV.모니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해 제1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부다페스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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