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사연합/베트남 유전 참여/일본도전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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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각종 원조 내세워 본격 공략나서/예비심사 1위 불구 낙찰 불투명
베트남 최대의 유전 빅베어(Big Bear)의 최종 입찰이 다음달로 확정됨에 따라 컨소시엄을 구성,일본의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과 입찰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빅베어 입찰은 당초 우리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갔으나 최근 일본기업들의 강력한 파상공세에 직면,낙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베어는 월남전당시 한국군 이동병원이 있었던 붕타우에서 동남쪽으로 2백30㎞ 떨어진 해상유전.
가채 매장량이 7억5천만∼10억배럴로 최근 석유생산을 시작한 북예멘의 마리브유전(6억배럴)보다 크다.
석유 전문가들은 빅베어를 20세기에 개발이 가능한 유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지점을 이미 확인,시설투자만 하면 언제든지 생산이 가능한 「약속된 장소」다.
우리나라가 빅베어에 관한 정보를 처음 입수한 것은 작년 12월 국제민간경제협의회(IPECK) 자원조사단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베트남은 유전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나 미국의 금수조치로 적절한 후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또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지하자원의 확보가 시급,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한국석유개발공사를 중심으로 쌍용·삼성·현대·럭키금성·대성·대우·삼환 등 8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빅베어 조광권자인 비에소페트로사(베트남과 소련의 50대50 합작회사)가 5월에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예비입찰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영국계 10개사가 참여했으며 미국계 메이저들은 베트남을 적성국가로 분류한 미 정부 규정에 따라 참여하지 않았다.
비에소페트로사는 예비심사 결과 이들 10개사 가운데 한국 컨소시엄과 일본 마루베니·미쓰이 등 3개사에 최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고 특히 한국컨소시엄을 예비심사 1위로 평가,빅베어 유전개발에 우리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했다.
그러나 당초 8월로 예정되었던 최종입찰이 소련 쿠데타로 미뤄지고 그사이 인도차이나 평화협정 등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은 정부 고위급인사로 사절단을 구성,인도차이나국가를 순회하며 무상원조를 약속하는 등 이지역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대해서는 가이후 내각당시 나카야마 외상이 직접 방문,지하자원의 공동개발과 함께 각종 원조계획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빅베어 유전개발에 드는 13억5천만달러(92∼98년 6년간의 예상비용)의 자금도 벅찬 상태인데 일본은 여기에 더해 각종 무상원조계획까지 제시,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베트남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빅베어 유전이 우리에게 낙찰될 확률은 과거 80%에서 현재는 50%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일본의 파상공세에 대비,정부의 장관급 고위인사가 베트남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강력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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