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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끌려다니기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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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옥 2층의 대강당. 700명 가까운 주주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운 가운데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감사보고와 각종 안건 통과가 참석자들의 큰 박수 소리 속에 신속히 진행됐다. 40분 남짓 사회를 맡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주총을 마무리하려고 의사봉을 드는 순간 소액주주 이모(70)씨가 손을 번쩍 들었다.

"회사가 노조에 끌려다니는 일이 없어야죠. 결국 회사가 잘못한 거 아닙니까." 현대차 주총장이 이 회사 발목을 잡고 있는 노사문제의 성토장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주주들도 "노사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놔라"며 목소리를 잇따라 높였다. 잠시 멈칫하던 김 부회장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작심한 듯 자사 노조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가 손해보는 걸 알면서도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동참해 왔습니다. 현대차 노조가 (국내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지만 뒤집어보면 어깨에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등 정치색 있는 집회에 12번 참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현대차 노사가 국내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어서 노사분규의 확고한 해법을 내라는 요구에 대해 정말 답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영업보고서에 적은 인사말에서 "경영 내실을 다지고 대외 경쟁력을 갖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기반을 올해 다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사내 이사로 김동진 부회장을 재선임하고, 최재국 기획실 및 국내.해외영업담당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또 이선 숭실대 법학과 교수,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동기 고려대 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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