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지 않으면 4 ~ 6년 뒤 혼란 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건희(얼굴) 삼성 회장은 9일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4, 5년… 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다. "휴대전화.반도체 같은 삼성전자의 주력 업종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심각하다"고 힘줘 말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이란 말은 다음에 이어졌다. 이 회장은 근래 경종을 울리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 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2005년 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통신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에서 1조7400억원으로 줄었다. 여전히 뛰어난 수익률이지만 환율 급락과 치열한 업계 경쟁으로 앞날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은 정.관계 등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강신호 전경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과 함께 재계 대표 자격으로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여서 평소보다 수행인원이 적었던 이 회장은 기자들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행사장에 들어갈 때와 행사 도중 휴식시간, 그리고 퇴장할 때를 합쳐 10분 가까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설명)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에어컨.냉장고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 부문은 2005, 2006년 두 해 연속 적자를 냈다.)

"한국에서 할 만한 업종은 아니다. 내수는 되겠지만 수출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에 넘겨야 하지 않겠나."(※이에 대해 삼성 측은 "생활가전을 접겠다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등에 주력하고 생산은 개도국에서 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준용 대림 회장이 '나이 일흔 넘으면 전경련 회장을 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는지.(※이준용 회장은 지난달 27일 전경련 총회에서 '70대 불가론'을 꺼내 72세인 조석래 효성 회장을 차기 전경련 회장에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막았다.)

"실력만 있으면 되는 거지, 젊고 늙고가 무슨 상관 있나."(※ 강신호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조석래 회장은 여전히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는 걸 삼성이 거북해 한다는 얘기가 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나.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조 회장을 지지하는가.

"전경련 회원사의 중지를 모아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 사업을 점검할 계획은.

"이달 말에 유럽에 간다. 여러 곳을 둘러보고 4월 말에 중국으로 간다."(※이 회장은 휴대전화 사업 현황 등을 둘러보기 위해 프랑스.독일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