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뜻 변했나” 촉각/김 총장 차기후보 협의조정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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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선이냐 지명이냐/청와대와 사전교감 여부 추측 무성/“독단적 행동” 반YS계 펄쩍
차기 대통령후보 결정문제를 둘러싼 민자당내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김윤환 사무총장이 5일 「12월중순 후보자 논의 가시화→노태우대통령 결심승복」이란 해결수순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총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 노대통령과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간에 각각 협의가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노대통령의 결심과 판단에 당전체가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구상은 당내정치일정 논의중지시한이 풀리는 12월중순이후 당수 뇌부간협의를 통해 노대통령이 내놓는 후계자결정 카드를 계파구분없이 수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총장은 『대통령임기만료 1년전(내년2월) 후보지명전당대회는 이르다』고 김대표의 총선전(내년 3월중순예상) 전당대회요구는 받아줄 수 없다는 전제조건도 달고 있다.
즉 『전당대회 아닌 다른 방식의 정치적인 조치로 후보문제가 부각돼야 총선을 치르더라도 국민이 신뢰한다』면서 『후계결정 문제로 인한 계파갈등으로 당이 쪼개지면 14대총선에서 실패한다』고 총선승리를 위해 후계자의 면모를 일정수준 부각시켜야함을 그는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방법론은 선후보결정이란 김대표측 주장과 같은 것으로 노대통령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온 당헌에 따른 후보결정론과 상충되는 면이 없지않다. 때문에 김총장의 발언이 노대통령의 입장변화를 반영한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데 김총장은 이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당총재인 노대통령 결심에 따르자는 주장은 여당생리상 당연한 얘기로 비춰지면서도 다분히 당내 반김대표세력을 겨냥한듯한 느낌을 주고있다.
정기국회이후 대권후보의 사전조정을 내세운 그의 주장은 김대표계의 대세론에 맞선 반김대표진영의 지론인 「총선이후 민주적선출방식」을 겨냥한 것이며 동시에 총선전에 후보지명이 안되면 탈당하겠다는 YS측 민주계의 주장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교량역을 자임해온 그는 『김대표를 후계자로 결정하고 안하고는 별개문제』라며 갈등절충을 위한 고심작임을 설명하고 있으나 당분위기는 김대표지명 불가피론을 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반김대표쪽의원 상당수는 그의 발언을 노대통령이 내년 1월께 김대표의 손을(후계자로) 들어줘도 군말말고 쫓아오라는 뜻으로 서슴지않고 단정하고 있다.
민주계의 의사를 청부받아 대신 터뜨린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유경선론자인 이종찬의원은 『노대통령이 누차 민주적 선출방식을 강조했음에도 사전조정하겠다는 발상은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대통령직계인 이춘구 의원은 『후보자가 가시화되는 순간 그때부터 대통령 선거분위기로 접어든다』고 총선전결정에 반대하고 있고 역시 이한동의원도 『현지도체제하에서 총선필승전략을 짜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총장이 말하는 「대통령결심」대목은 채문식 고문의 얘기처럼 『여당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김총장의 발언이 노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총장은 『노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안정감있게 꾸려가기 위한 구상』이라며 노대통령의 이해가 우선 고려됐음을 해명하고 있을뿐 교감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중순 청와대 방문이후 『김대표를 안고 총선을 치르는게 노대통령의 뜻』이라고 자신의 분당불가론과 총선필승전략을 노대통령이 수용했음을 비치는 것을 볼때 두사람사이에 어떤형태로든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총장은 『총선전에 후계자로 김대표를 지명하지 않으면 뛰쳐나간다』는 김대표계의 위협을 실현가능성 높게 평가하고 있는만큼 「김대표 없는 총선시나리오」의 위험성을 노대통령에게 집중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부터 그가 대구·경북의원,이종찬·오유방의원등 신정치그룹,이춘구·이한동의원,경기출신 초·재선의원등 김대표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중부권과 대구·경북의원들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어 분위기 압축의 임무를 띤 인상마저 주고있다.
당일각에선 김대표를 후보로 지명하는 대가로 계파간 당권배분 원칙에 대한 협의가 시작됐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으며 김대표에게 실질적 당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반김대표진영에선 김총장의 발언과 움직임에 대해 노대통령을 앞세운 「독단적 행동」이라고 깔아뭉개고 있다.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노대통령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민정·공화계를 무기력하게 만들려하고 있다』며 『김총장은 분당불가론을 민정계쪽에만 강요하고 탈당불사를 협박하는 김대표쪽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핵심중진은 『노대통령은 아직 자신의 의중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고있다』며 『이에 대한 김총장의 판단과 상상은 자칫 노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힐 우려가 있다』고 김총장의 오버액션을 지적했다.
어쨌든 김총장의 발언은 반김대표진영을 긴장시키고 있어 이종찬의원등 신정치그룹과 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의 연대강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정계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박태준 최고위원과 공화계의 김종필 최고위원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해 김·박최고위원의 대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특히 김대표를 자극시키지않는 범위내에서 박태준 최고위원의 민정계 관리 강화가 긴요하다는 점을 노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생각이다.
김대표계에선 김총장의 발언이 미칠 파문을 주시하고 있다.
김대표측은 발언파장으로 민정계 내부의 균열 측면을 일단 주시해보겠다는 것이나 청와대로서는 민주계의 「독자행동설」충고에 이은 김총장의 「대통령결심」을 압박감으로 느낄게 분명하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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