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급 양궁대표 "추풍낙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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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양궁이 내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채택된 새로운 경기방식인 올림픽피타라운드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4일 안산양궁장에서 벌어진 제23회 전국양궁종합선수권대회는 올림픽피타라운드로 처음 실시됐는데 양창훈(한체대) 정재헌(경북고) 전인수(상무·이상남자), 김수녕 이은경(이상고려대) 이장미(성화여고·이상여자)등 남녀 간판급 국가대표선수들이 모조리 추풍낙엽처럼 중도탈락, 파란이 일어난 것이다.
또 남녀 모두 고교1년생인 무명의 이동욱(해운대고) 허명옥(담양여고)이 정상을 차지함으로써 충격마저 안겨주었다.
따라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종목중 3개의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은 이제 입상마저 불투명해졌다.
올림픽피타라운드는 기존의 싱글라운드와 같이 예선전을 치른후 개인32강·단체16강을 가려내고 1위와 32위, 2위와 31위 순으로 2인1조가 되어 70m단일거리를 놓고 각각 12발씩을 쏘아 상대를 탈락시키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종래의 그랜드피타라운드는 싱글라운드에 이어 24강→18강→16강→8강전 순으로 기록에 의해 순위를 결정했다.
그러나 올림픽피타라운드는 격투기 종목처럼 토너먼트경기가 된것이다.
이에 따라 예선전 8위로 32강에 오른 「양궁여왕」김수녕은 25위인 무명의 유찬숙(대구서구청)에 1백9-1백6점으로 패해 「본격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쏘아보기도 전에(김수녕이말)」 탈락했다.
또 남자부 양창훈도 16강전에서 최재동(예천군청)에게 1백9-1백5점으로 져 입상권에서 밀려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박경래 전대표팀감독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급선수들이 다시 제페이스를 찾을 것이란 기대는 할수 있지만 과거처럼 기존의 기록을 토대로 입상을 예견하던 일은 불가능하게 됐다. 마치 격투기종목처럼 그날의 컨디션·대진운이 중요변수로 작용하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양궁협회 이동수 부회장도 『양궁계에 일대 혼란이 예견된다. 국제연맹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처럼 강국에서 보면 새로운 경기방식이 상당한 부담이 될것이다』라는 말은 들었으나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질줄은 몰랐다. 선수에 따라 거리별로 적응능력이 다르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부상된 이상 70m 단일거리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과 1대1 대결에서 이길수있는 정신력강화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면서 『양궁은 더이상 기록과의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신경전으로 승부를 내는 경기가 돼버렸다』며 시급한 대책이 요망된다고 말했다.
◇개인전결승 (4일·안산)
▲남자부=①이동욱(해운대고) 1백10점 ②주완용(서일고) 1백1점 ③한승훈(범천고) 김선빈(서울체고)
▲여자부=①허명옥(담양여고) 1백3점 ②조윤정(한체대) 97점 ③김경욱(현대정공) 임정아(동방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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