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뉴욕지사/관심끄는 「부시 맞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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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출마 유보해놓고 물밑활동 활발/“이미 결심 관심끌기 작전” 분석도
『출마할 것인가,하지 않을 것인가』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미대통령선거를 1년 남겨 놓고,「햄릿의 고민」에 빠져 있다.
요즘 미국언론들은 쿠오모 지사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내정실패를 비난하는 발언을 연일 보도하면서 그가 곧 대통령출마선언을 할 것이라거나 혹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CBS방송 공동여론조사에서 아직 출마선언을 않고 있는 그에게 29%의 지지가 나오고,전체 조사대상자의 70%는 그가 꼭 출마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이같은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쿠오모지사에게 민주당대통령후보기대가 이처럼 높은 것은 월터 먼데일을 대통령후보로 선출한 84년 민주당지명전당대회에서 쿠오모가 행한 감동적인 기조연설이후 그의 문제인식과 결단력·설득력과 논리가 탁월한 정치지도자란 이미지를 미국인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쿠오모진영은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쿠오모지사는 지지자들과 사적 모임에서 출마고려를 밝히는가 하면 자신의 출마가 재정적·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뉴욕주를 회생시킬 것이란 논리도 펴고 있다.
측근들의 말도 출마와 불출마로 엇갈려 혼란을 주고 있다.
일부에선 이미 출마를 결심하고서도 발표를 유보함으로써 그의 출마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야기시키고 민주당이 그의 봉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들은 그가 최근 국내 이슈에 관해 활발한 발언과 부시 대통령의 국내실책에 대한 잇따른 비난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출마할 경우 민주당후보지명을 쉽게 획득할 것이 확실한 쿠오모지사가 출마를 망설이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당선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현직 프리미엄까지 갖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전례없이 높은 것은 물론,타지역 미국인들의 동부지역인사들에 대한 거부감,그리고 이탈리아계 출신이란 출신배경에 대한 편견 등도 그의 본선승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에겐 민주당 내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긴 하지만 96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새 인물과 싸우는 것이 더욱 확실한 승리의 길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이같은 그의 판단과 민주당,미국의 장래 정치를 위해 「이제 햄릿의 고민을 끝내라」는 여론의 압력사이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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