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삼청교육대' 50년 만에 폐지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980년 한국 신군부가 추진했던 '삼청교육대'와 비슷한 중국 노동교양소(勞動敎養所) 제도가 50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소매치기나 매매춘 등으로 적발된 사람들을 집단 수용해 교육을 통한 인간 개조를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57년 만들어졌다.

영어신문인 차이나 데일리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입법 추진 계획서를 인용해 "10월에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 30차 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과 함께 '위법행위 교정(矯正)법' 초안을 최초로 심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법률에 구체적 근거 없이 행정 당국의 편의에 따라 관행처럼 시행해온 노동교양을 폐지하고 '위법행위 교정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고 교정법이 만들어지면 노동교양제도는 없어지고 경범죄자는 새로 만들어지는 법률적 근거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법연구실의 왕궁이(王公義) 부주임은 "노동교양소는 '교치소(矯治所)'로 이름을 바꾸고 처벌보다 교정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며 "이곳은 창살이 있는 수용소 대신 학교 같은 분위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노동교양소에 들어가면 길게는 4년까지 인신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노동과 학습을 강요받았으나 새로 만들어질 교치소는 수용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동교양 제도는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당국이 임의로 판단해 사법 절차 없이 강제로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악명을 얻었다. 50년대 반(反)우파 투쟁 시기에 우파 인사들을 수용했고, 89년 천안문(天安門) 민주화 시위 참가자 등 반체제 인사들도 이곳을 거쳤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법률적 근거도 없이 종교사범과 반체제 민주화 운동 관계자의 신체적 자유를 마구잡이로 유린한 비민주적 제도를 폐지하라"며 중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전문가들은 노동교양소 폐지 방침이 중국 정부의 인권 개선 의지에 따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교치소로 이름만 바꿘 또 다른 인권 사각지대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