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북한 여 탁구 "무서운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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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 여자탁구의 「무서운 아이」 이정숙(19).
한국여자탁구가 현정화, 홍차옥(이상 한국화장품)의 뒤를 이어갈 뚜렷한 유망주를 찾지 못한 가운데 북한에서는 세계 랭킹 2위 이분희에 버금갈 신예가 등장, 탁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방글라데시에서 벌어진 제 8회 아시안컵대회에서 처음 북한대표로 출전, 한국의 유망주 박해정(18·제일모직)을 3-1로 꺾고 단식 4강에 올라 눈길을 끈 이정숙은 이분희와 똑같은 왼손 셰이크핸드의 전형.
이분희가 포핸드 드라이브·백푸시를 주무기로 하는데 반해 이정숙은 속공, 이질러버에 의한 변칙 백 핸드 공격이 장기로 여느 선수보다 한 박자 빠른 플레이로 순식간에 승부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안컵대회에서 이정숙의 경기모습을 지켜본 73년 사라예보 제패의 주역 이에리사씨는 『현대 탁구의 흐름에 알맞게 탁구대에 바짝 붙어 상대선수가 숨돌릴 틈 없이 퍼부어 대는 타점 높은 연타가 일품』이라고 칭찬.
이정숙은 지난달 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제9회 아시안컵 토너먼트대회에 국제대회로는 두 번째로 출전, 예선리그에서 박해정에게 또다시 2-1(17-21, 21-10, 21-8)로 역전승, 남북 유망주들끼리의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박이사는 그러나 이정숙이 단신(1m55cm정도)인데다 파워가 부족, 지구전에 약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체력배양이 앞으로의 성장여부를 가늠할 것 같다고 전망.
한편 탁구계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4욀 세계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 때 이정숙을 코리아팀 멤버로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가 「비장의 무기」로 감춰두기 위한 속셈이 아니었겠느 냐며 그럴듯한 추측을 펴기도.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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