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테니스대회 시비 한미 무역마찰로 비화 조짐|「말보로컵」대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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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양담배 명칭을 내세운 테니스대회가 자칫하면 한미간 무역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는 15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인 91말보로 챔피언십 테니스대회를 놓고 금연단체 등 국내사회단체가 이를 저지하려고 나서고 있어 충돌위기가 고조되고있는 것이다.
이 대회를 주최하고있는 다국적기업 필립모리스사는 한국소비자연맹·대한의학협회·한국금연운동협의회·대한보건협회 등 여러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어서 분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회단체들은 「말보로」라는 담배 명칭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국내 청소년·부녀자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스포츠 본래의 뜻과 달리 담배광고의 판촉 등이 내포된 상혼』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대회당일 피켓 시위 등으로 대회 진행을 저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체육청소년부 등 관계당국도 말보로 대회가 국내규정을 무시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는 데다 대회명칭에 담배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대회개최에 난색을 표하고있으나 우루과이라운드(UR)와 맞물러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등 난처한 입장에 빠져있다.
관계당국은 미국을 등에 업고있는 필립모리스사가 교묘하게 정부의 공식개입을 유도, 이를 구실로 정식 항의를 제기하는 함정을 파놓고 있으며 이번 국내대회 강행도 UR 등 한국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는 점을 악용, 국내절차를 무시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직접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필립모리스사는 총 상금 64만 달러를 내걸고 서울·홍콩·북경 등 3개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 15일 서울대회에는 장의종(세계랭킹 2백48위)-마쓰오카(64위·일본), 짐 쿠리어(5위)-레너 버드(22위·이상 미국)의 두 예선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우선 필립모리스사 측이 스포츠대회는 참가국이 3개국 이상일 때 체육청소년부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체육청소년부훈령 76조를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체육계의 주장이다.
반면 필립모리스사 측은『대회주최경비가 모두 한국 측 부담이 아닌데다 지난해에도 체육청소년부의 승인을 얻지 않고 대회를 개최한 전례가 있어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쨌든 문제의 초점은 대회 개최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대회 명칭에 담배이름을 사용하는 잠재적 유해성의 파급 효과에 모아지고 있다.
이미 체육청소년부는 『대회명칭에 담배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재무부 측의 유권해석을 통보 받았으나 여론이 나빠지자 주최측이 스스로 대회개최를 자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정부는 경기장 사용 등을 불허할 경우 지난 88년 6월의 한미 양해각서 상 통상마찰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주최측이 대회를 강행할 경우에는 법적 제재조치가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필립모리스사 측이 한국인 감정을 인식, 대회를 스스로 철회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테니스협회 측도 비등해지고 있는 국내여론을 의식, 장의종을 출전시키지 않기로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필립모리스사 측은 제3국 선수라도 데려와 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필립모리스사 측은 『매년 각국에서 수입하는 6천만 달러의 엽연초 중 3천2백만 달러 어치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등 우회적 고압자세를 취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사 측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사 비행기 두대로 국내에 대거 몰려와 동남아 지사장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등 대대적인 말보로 한국 판촉활동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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