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2층 버스운행 잇단 취소·보류|갈피 못 잡는「서울교통」대책|"탁상행정으로 졸속정책 수립"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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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대중교통난 해소 및 고급화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중형 및 심야, 2층 버스운행계획과 입석버스의 좌석전환계획 등 이 갖가지 문제에 부닥쳐 모조리 취소 또는 보류돼 근시안적 졸속행정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가 중장기 교통대책으로 마련했던 이들 계획들은 특히 최근의 극심한 버스기사 구인난 등 여건을 무시한 채 추진돼 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까지 따르고 있다.
◇중형·심야버스=현재의 좌석버스보다 한 단계 고속·고급화시킨 버스를 외곽의 주거밀집지역과 도심의 직장밀집지역을 직행으로 운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왔다.
자가용이용객을 흡수, 출·퇴근시간대의 운행차량을 감소시켜 체증을 줄이고 평 시간대에도 원하는 시민들이 고급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당초의 목적.
시는 이를 위해 17인 승 버스 2백대를 20개 노선에 10대 꼴로 투입, 하루16회 왕복 운행키로 하고 지난3월 노선을 확정한 뒤 상반기 중 시험운행을 실시키로 했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절대 부족한데다 마땅한 차고지 확보가 어렵고, 버스업자들마저 외면, 계획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올 초 중형버스의 요금산정 용역의뢰와 함께 교통부에 자동차구조 기준고시 개 정을 요청했고 청색계통 색상선정까지 마쳤었다』며『그러나 각종 여건상 어려움에다 1천5백원선인 비싼 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 교통혼잡에 따른 직행기능의 상실 등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 보류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에 따라 이들 중형버스를 평 시간대 외에도 시내 노선버스 및 지하철의 운행이 중단되는 오전1시∼4시30분 사이 심야시간대에도 운영,「총알택시」와 자가용 불법영업을 막겠다는 심야운행계획도 자동 취소됐다.
◇2층 버스=현대·대우·대림산업 등 이 수입한 버스를 기증 받아 지난 6월부터 과천∼서울시청구간을 시험 운행키로 했던 3대의 2층 버스운행계획도 도로여건 등 이 맞지 않아 계속 보류되고 있는 상태.
특히 이중 독일에서 수입해 온 2대는 지난7월 환경처의 소음 인증 검사에서 국내제작 차 검사기준(85db)을 초과하는 85·6, 86·3db의 소음 도를 각각 나타내 불합격판정을 받고 엔진의 개·보수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는 뒤늦게『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당초 계획대로 시범 운행한 뒤 노선좌석버스로 확대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과천∼서울구간의 정류장예정지역의 가로수 가지치기 및 차 높이(4·2m)보다 낮은 신호등 2개를 높이는 작업까지 했으나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에 선뜻 운행을 못하고 있다.
이들 2층 버스를 노선버스로 투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서울시내 대부분 지하 차도가 3·8m 이내여서 통과가 불가능하고 ▲정류장 가로수의 가지가 2층 부분에 닿아 보도에의 밀착정차가 어렵고 ▲신호등·각종표지판의 높이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특히 대당 2억5천만원에 이르는 엄청난 차 값(일반버스 2천8백 만원)때문에 업자들이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어 본격 시내운행은 애초부터「환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들 수입 2층 버스 3대는 현재 남태령 고개 부근 W운수 차고에서 4∼5개월 째 낮잠을 자고 있다.
◇좌석버스전환=지하철 5호선이 완공되는 93년까지 연차적으로 2천48대의 도시형(입석)버스를 좌석으로 전환, 좌석4천3백80대·도시형 4천4백대를 각각 갖추어 5대5로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 을부터 본격 추진돼 왔다.
그러나 ▲승차정원 감소에 따른 시민들의 정류장대기시간 연장 ▲입석버스의 상대적 혼잡가중 ▲대중교통의 요금인상효과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다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발표 넉 달만에 전면 백지화시켰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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