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너무 바쁜 것도 게으름 때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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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굿바이, 게으름 문요한 지음, 더난출판, 256쪽, 1만원

현직 정신과 전문의가 쓴 자기계발서다. 리더십 전문가나 경영 컨설턴트들이 쓴 핵심 위주의 처세서나 알쏭달쏭한 이야기로 메시지를 포장한 우화 형들과는 많이 다르다. 처방도 그렇지만 특히 게으름의 원인과 양태를 분석한 '진단'이 눈길을 끈다.

지은이는 게으름을 일종의 병으로 본다. '선택 장애' 또는 '선택 회피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병명에서 짐작이 가듯이 하릴 없이 빈둥거리기만 게으름이 아니란다. 그에 따르면 분초를 아껴가며 일하고 퇴근 후에도 학원 등에서 실력쌓기에 매진하는 사람도 게으름에 젖은 유형일 수 있다. 게으름은 삶에 방향성이 없는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나날을 반복하고, 중요한 일은 미룬 채 사소한 일에 매달리고, 실속 없이 늘 바쁘고, 똥줄이 타야만 일이 되고, 능력은 있지만 도전하지 않는 사람도 게으른 사람이다.

게으름도 단계적으로 진전된다는 지은이의 지적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지각하기→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하기→ 딴 짓을 하거나 늑장부리기→ 자신의 행위 합리화하기 단계로 병이 깊어지는데 중증(重症)이 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게으름이 삶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어서인데 이 책을 읽는 이 정도면 걱정할 것 없다. 최악의 상태는 아니니까. 또 게을러지는 자신을 제어할 '멘탈 스위치'를 만들라든지, 오감을 동원해 짤막한 다섯 가지 문답을 정리하는 '오감오문(五感吳問) 변화일기 쓰기' 등 실용적 처방도 실렸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쓴 버트란드 러셀 같은 게으름 예찬자들을 오해하지 말란다. 그들이 말한 것은 '여유'이지 나태가 아니며 러셀은 98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매일 3000단어 이상의 글을 썼단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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