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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으로 1년 입장권에 점퍼·머플러도 신나는 '어린이 축구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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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만원만 내면 올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18경기를 다 볼 수 있고 점퍼와 머플러, CD와 선수 카드도 받는다. 프로축구 FC 서울이 내놓은 '어린이회원'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 등도 어린이 회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의 회원 가입비는 파격적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어린이 입장료가 3000원이니까 세 경기를 보는 가격으로 전 경기 관람과 함께 기념품을 받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반응도 뜨겁다. 인터넷과 인근 초등학교에서 회원 신청을 받은 결과 한 달 동안 4000여 명이 가입했다. 서울 구단은 1만 명까지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수익성으로 따지면 절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막연히 경기장에 와 달라고 해서는 관중이 늘지 않는다. 어린이 같은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여야만 미래의 수익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린이회원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어린이를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마케팅은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바 있다. 1982년 개막한 프로야구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게 된 데는 어린이회원의 힘이 컸다. 당시 5000~1만원의 가입비로 회원에 가입한 어린이들은 야구장에 구단 점퍼와 유니폼을 입고 나와 서로 자랑했고, 저마다 '박철순'과 '이만수'가 돼 동네 공터에서 야구 경기를 했다. 이들 대부분은 어른이 돼서도 프로야구 골수팬이 됐다.

프로축구 구단들도 초기에 어린이회원을 운영했으나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야구와 축구 모두 어린이회원제가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서울의 골키퍼 김병지는 어린이회원 제도를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를 돕는 데 활용할 생각이다. 터키 전지훈련에서 돌아오는 대로 인근 보육원 어린이 500여 명을 자비로 회원에 가입시키고, 이외에도 경기마다 300명의 어린이를 초청할 계획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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