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 살해하려던 미 여성 우주비행사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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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여성 우주비행사 리사 노워크가 2002년 쌍둥이 딸의 세례식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안고 웃고 있는 모습. 노워크는 이번 사건 발생 몇 주 전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휴스턴 AP=연합뉴스]

짝사랑하던 남성 우주인의 연인을 납치.살해하려던 미 우주비행사 리사 노워크(43) 대령은 '수퍼 맘(super mom)'이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월 19일자)가 보도했다.

가정주부로서도, 전문 직업인으로서도 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 일을 이렇게 완벽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쌓여갔고, 그것이 '연적 제거 작전'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휴스턴 교외에 살고 있던 그는 요리를 잘하고 집에서 빵도 직접 구웠다. 자신의 취미생활 겸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즐겨 쳤으며, 집에서 제비꽃을 기르기도 했다. 부활절 휴일에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했으며, 크리스마스 땐 갖가지 모양의 과자도 구웠다. 10대 아들과 다섯 살 쌍둥이 딸의 엄마였던 노워크는 취미 삼아 고무도장을 열심히 수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시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로 일터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해서는 로봇 팔을 작동하는 등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고교시절 학생회.필드하키.육상.수학 팀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졸업식 때는 학생 대표로 뽑혀 연설하기도 했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1985년 항공공학 학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30종 이상의 항공기를 1500시간 넘게 몰았고, 96년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디스커버리호에 처음 탑승하는 기회를 잡았다. 성취 욕구가 여느 남자 못지않았던 것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정과 직장 일을 모두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으로 비쳤다. 그러나 그의 친구 조너선 클라크는 "수퍼 맘과 우주비행사처럼 비상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일을 병행하다 보면 엄청난 긴장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특히 "19년간 함께 산 남편과 최근 별거에 들어가면서 그의 사생활은 절망으로 빠져든 것 같다"고 했다.

연적인 콜린 시프먼(30) 대위를 두 달 동안 미행했던 노워크의 행동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정신분석학자 제임스 홀리스 박사는 "그는 자신이 버림받는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사랑의 대상을 장악하고,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만 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원초적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지만 강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으면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노워크가 시프먼을 찾아 1500㎞를 차로 달리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기저귀를 찬 것은 직업적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한번에 7시간 넘게 우주를 유영할 때가 많고 우주복을 내리고 용변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NASA가 개발한 '우주 기저귀'를 착용한다. 이 기저귀는 속에 함유된 분말이 소변을 신속히 흡수한다.

캔자스 천문우주센터의 테레사 신들러는 "우주비행사에겐 우주선에 탑승할 때 기저귀가 지급되는 만큼 노워크가 이번에 운전할 때 쓴 기저귀는 시중의 일반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수퍼 맘(super mom)=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다 잘하는 여성을 말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수퍼 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양쪽을 병행할 때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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