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TV 코미디프로 경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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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KBS·MBC 양사의 주말 TV 코미디 프로그램 경쟁이 한 여름밤의 식을 줄 모르는 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일요일 저녁시간대로 옮긴후 신선한 내용물들로 재포장한 KBS-2TV의 『유머 1 번지』가 요즘 인기절정의 MBC-TV『일요일 일요일밤에』를 위협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양쪽 프로중 재미있는 부분을 골라보느라 채널돌리기에 바쁜 것은 이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그동안 느긋한(?) 독주를 즐겨온 『일요일 일요일밤에』에 회심의 일타를 날린 문제의 코너는 『유머 1 번지』의 「밤이면 밤마다」와 「괜찮아유」.
「밤이면 밤마다」는 우리 정서에서 다루기를 꺼려온 부부의 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소재로 한 것이 나이든 층을 중심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더욱이 김미화·이봉원의 조화된 연기력이 어려운 상황설정의 희화화를 성공시킨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농촌정서에 초점을 맞춘 「괜찮아유」는 또다른 맛을 풍기고 있어 관심을 끈다.
도시민과 가진 사람들에게 늘 당하고 놀림을 받는 속도에서도 『괜찮아유』로 대변되는 자조의 한탄섞인 말투가 좋게는 농촌의 넉넉함까지 감싸안기 때문이다.
부부로 분한 최양락·김지선, 김학래·이경애의 연기가 사람사는 이야기를 보기에 편하게 전달하는 측면이 있다.
『보는 사람이 싫증을 느끼지 않게끜 늘 적절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들 코너 역시 신선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승부를 걸만하죠.』
KBS 간판 코미디프로로 10년간 토요일 저녁 보는 이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유머 1 번지』의 시간대 변경에 따른 위험부담이 많았다고 털어놓는 이 프로의 기획자 김웅래부장.
서서히 꿈틀대며 올라가는 인기곡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밤이면 밤마다」팀은 최근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제작진은 무대변경 차원에서 야외천막을 등장시켜 볼 생각도 갖고 있고 이웃집 부부의 잠자리도 잠깐 기웃거릴 모양이다.
경상도·충청도 사투리가 쉼 없이 튀어나오는 게 언어순화 차원(?)에서 『유머 1 번지』가 안고 있는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친근감을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유머 1 번지』의 거센 돌진에 겉으로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지만 상대편을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의식해서 될 일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구성방식이 서로 틀린 만큼 우리 것의 특성을 최대로 살리는데 있죠. 판단은 시청자가 할테니까요.』
MC인 주병진 주도의 코미디연출이란 기본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송창의 PD(38)이야기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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