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예고동영상 보기] 마스터 앤드 커맨더

사람들이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 기대하는 건 뭘까.

돈냄새 물씬 나는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일 수도 있고, 어쩌면 현실에는 도저히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초인적인 영웅의 활약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스터 앤드 커맨더-위대한 정복자'(피터 위어 감독)는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영화다. 무려 1억3천5백만달러를 쏟아부은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기존 대작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20부작 '오브리.마투린'을 원작으로 한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805년이 배경이다. 잭 오브리 선장(러셀 크로)은 나폴레옹에게 고용된 민간 무장 선박 아케론 호를 전소하거나 나포하라는 왕명을 받고 브라질에서 케이프 혼, 그리고 남극을 거쳐 '세상의 끝'이라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에 이르기까지 쫓고 쫓기는 항해를 거듭한다.

홀연히 나타나 맹렬히 대포를 쏘아대고는 유령처럼 사라지는 아케론호와의 한밤 선상 전투장면은 충분한 볼거리를 준다.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바로 그 거대한 멕시코 바하 스튜디오의 물탱크로도 모자라 무려 7백50개 장면에 쓴 컴퓨터 그래픽 덕분에 그 어떤 영화보다 실감나게 재연한 폭풍우 치는 바다도 놓칠 수 없다.

그러나 '트루먼쇼''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 본 위어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런 웅장함에 함몰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배를 수리하거나 부상한 선원들을 치료하는 장면에 공을 들이고, 배멀미로 구토를 하거나 오랜만의 비에 갑판 위로 올라와 샤워하는 선원들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바로 이런 섬세한 디테일 덕에 관객들은 서프라이즈호에 함께 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9개월의 노력 끝에 사상 처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던 희귀 동식물의 낙원 갈라파고스 군도의 모습은 이 영화만 줄 수 있는 덤이다. 이게 영화 초반 단 한번 등장하고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점:★★★☆

감독:피터 위어 주연: 러셀 크로우, 폴 베터니, 빌리 보이드, 제임스 다아시
장르:어드벤처

등급:15세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