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역기 드라마는 아령 어렵긴 마찬가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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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끊임없이 관찰하죠. 차 마실 때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도 빠뜨리지 않아요. 관찰력이야말로 제 연기의 원천입니다."

배우 이범수(36)는 인터뷰 내내 진지했다. 그는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지적이고 냉철한 의사로 나온다. 올해로 연기 생활 18년째.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했지만 드라마는 처음이다.

이범수가 의사? 다소 의외다. 영화에서 엉뚱하고도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보여줬던 그가 아닌가. 그는 예의 '변신론'으로 맞받아쳤다.

"드라마 속에서 의사 안중근도 변합니다. 차갑디 차가운 인물에서 따뜻한 쪽으로요. 드라마 캐릭터도 달라지는데 배우야말로 변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의사 연기는 할만할까.

"수술하는 장면이 많아요. 수술실에 한번 들어가면 24시간 정도 있어요. 촬영 중간 30분 정도 쉬는데 작은 창문을 열어 놓고 잠깐씩 맡는 바깥 공기가 너무 좋아요."

드라마 속 병원 장면은 실제 병원에서 찍은 것이다. 한번에 최대한 많은 장면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수술장에선 모든 스태프가 멸균복을 입어야 합니다. 나갔다 오면 다시 입어야 하죠. 옷 벗고 입는데 20분씩 걸립니다. 나가서 쉬어봤자 10분밖에 안 돼요. 그래서 수술실 안의 30분을 택했습니다."

그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드라마를 꺼린 적은 없었어요. 영화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았죠. 마침 요즘 쉬고 있는데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어요. 대본을 읽어보니 캐릭터의 변화가 심했습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정형적 인물이 아니었죠."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아령'과 '역기'에 비유했다. 드라마가 작은 아령을 100번 드는 것이라면 영화는 무거운 역기를 10번 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어렵기는 둘 다 마찬가지란다.

"사람들은 제가 당연히 드라마에 나왔던 것으로 알아요. '오 브라더스'의 정신지체 청년 봉구, '슈퍼스타 감사용'의 패전전문 투수 감사용, '짝패'의 건달 장필호 같은 영화 캐릭터가 친근하게 느껴져 저 자신도 낯설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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