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PD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한 인간을 발가벗기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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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국경의 남쪽' 이후 드라마 복귀작인데.

"감독이라면 누구나 좋은 스토리를 찾아 헤맨다. 프로듀서.작가가 원작 소설을 처음 추천했다. 누구나 좋았다 나빴다, 기복을 겪는데 그 폭이 클수록 얘기가 재미있다. 원작의 낙폭이 어마어마했다."

-지난주 장준혁이 그토록 원하던 외과과장이 됐다. 대결구도에 균형이 깨지는 건가.

"장준혁 대 누구, 라는 대결구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장준혁이라는 한 인간을 발가벗기는 이야기다. 적이 등장한 것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명민과 첫 작업이다.

"SBS 공채(1991년)로 출발해 오래 완성된 배우다. 공채로 시작하면 별별 역할을 다하는데, 그게 인간을 성숙시킨다. 인간의 복잡한 면을 그려낼 만한 배우다."

-선하디 선한 최도영이 지루해 보인다.

"원작의 뚝심이 바로 그 부분이다. 책을 읽을 때 나도 그 대목에서 건너뛰고 싶었는데, 결국은 그것 때문에 결말에 묵직함이 더해진다. 최도영은 장준혁의 내면을 송두리째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드라마로 각색할 때 이 대목을 걷어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 드라마를 보고 정신이 버쩍 났다. 원작을 상당히 정직하게 만들었더라. 원작자도 대단했다. 계약조건에 시대변화에 따른 각색은 가능하지만 줄거리의 방향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드라마도 부담스러웠겠다.

"나도 모르게 반복할까봐 절대 안 보려고 했다. 그런데 궁금해서 결국 보고 말았다. 잘 만들었더라.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원작소설과 구분되는 드라마의 독창성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때문에 아깝지만 대본에서 빼버린 내용도 있다."

-시청률이 높지 않은데.

"시청률은 보수적이다. 늘 하던 얘기가 잘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의 취향은 빨리 변하지는 않는다. 사실 시청률도 안 나오고, 내용도 새롭지 않은 어중간한 드라마가 가장 두려웠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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