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료 오르고 또 오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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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보험료를 또 올린다. 이에 따라 다른 보험사들도 잇따라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은 29일 "지난해 업계 전체 평균으로 6%가량 자동차 보험료를 올렸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1분기 내에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또 "다른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5~7% 인상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상 이유에 대해 "현재 자동차보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고율 상승 등의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보험료 수준이 원가 상승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업계는 소비자의 반발을 우려해 보험료 인상 계획을 세워 놓고도 발표를 미뤄 왔다. 업계에서는 삼성.현대.동부.LIG 등 대형 손해보험사는 5% 내외, 중소형사는 5~7% 내외에서 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인상 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동부화재(5%)나 LIG손보(5.5%)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메리츠화재 등 중소형사는 대부분 5~7.5% 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는 한꺼번에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평균 6%가량 보험료를 인상한 데다 이번에 또 5~7% 올릴 경우 2~3월에 보험을 갱신하는 기본보험료는 최소 11% 이상 오르게 된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경제도 어려운데 또 보험료를 올리면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손해율을 감안하더라도 많아야 2~3% 올리면 적정하다고 보이며 5~7%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보사들이 경영상 부실을 고객에게 손쉽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 국장은 "손해율 상승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손보사들의 손쉬운 영업 행태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며 "손보사의 방만한 사업비 집행을 시정하고 손해율 감소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화재 황 사장은 "20년 전 자동차 1대당 보험료가 40만~50만원, 10년 전 63만원이었으나 올해는 57만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며 "이런 구조에선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2003년부터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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