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겉돌고 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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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쓰레기 분리수거가 전국적으로 시행된지 1주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환경처등 행정관서의 탁상에서 서류상으로만 집행되고 있을뿐 실질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1년전 몇몇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분리수거를 하며 준비·계몽기간을 거쳐 시작된 이 조치가 당국의 준비소홀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처음부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실시 첫날부터 환경미화원은 분리수거에 대해 신경을 쓰지않고 있으며 시민들은 분리수거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음이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환경미화원들은 시행사실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지침을 받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고 시민들은 『들은 일이 없다. 안내를 받지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분리수거의 필요성은 이미 여러가지 이유와 이점 때문에 절박한 과제로 그 타당성이 이야기되어 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와 이점은 방대한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분리처리해 생활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는 폐기물의 양을 극소화 할 수 있으며 자원을 리사이클링시켜 경제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에 있기 때문이다.
생활폐기물 분리수거가 절박한 것은 이제 그 처리능력이 포화상태를 넘어 한계점에 이르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 생활의 편의와 소비생활의 다양화 대가로 우리가 마구 쏟아내고 있는 각종 폐기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매립장소는 한정돼 있고 소각처리 할만한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환경처는 당초 분리수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등을 마련하기 위해 99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이를 확보하지 못해 실시 첫단계에서부터 차질을 빚고있다. 따라서 행정 당국자들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않는 이유를 예산탓으로 돌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쓰레기수거 현장의 상황으로 보아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않는 책임을 예산타령으로 얼버무릴 수는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확보됐다 해도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를 위한 예산·장비·인원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인 시민에 대한 홍보와 고지가 제대로 되지않고 쓰레기수거 당사자인 환경미화원에게 세부지침이 철저히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당국의 방침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더구나 9월부터는 폐기물 관리법이 발효되어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지 않을 경우에는 1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있는 시민이 얼마나 되는지,법의 시행과 적용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당장 급한일은 행정당국으로서는 늦었더라도 시민 누구나 알게되도록 반상회등 각종 경로를 통해 계몽과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민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처리의 책임이 꼭 환경미화원을 비롯,행정당국에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길거리에서 휴지조각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는 것이 잘못된 행동인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만들어낸 생활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문밖에 버려두는 것도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산업폐기물과 똑같이 집에서 나온 쓰레기도 우리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나의 작은 예이지만 건전지 하나라도 아무렇게나 버렸다가는 그것에 포함된 중금속이 종내에는5식수를 더럽히거나 동·식물의 먹이사슬을 통해 언젠가 자신이나 이웃에게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정당국의 홍보나 계몽이 안돼 몰랐다고만 탓할 것이 아니라 생활쓰레기의 근원인 시민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한 시민들의 자각이 있을때 행정당국의 환경정책은 더욱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북돋우고 채찍질해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이 더욱 쾌적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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