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너무 비싼 교복값, 거품을 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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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업체들의 부당 행위를 조사키로 했다고 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교복 가격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기 때문이다. 교복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도 학부모들의 공동구매 입찰 방해, 가격.출고 물량 담합, 신제품으로 둔갑한 재고품 등 많은 불공정 거래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고질적인 교복 가격 문제가 이번에는 시정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대형업체들의 교복 가격은 고급 양복을 뺨치는 수준이다. 코트까지 합쳐 웬만하면 50만원을 웃돌고, 일부 고교에선 70만원까지 육박했다. 교복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대형업체들이 고급화를 주도해서다. 신사복.등산복 원단에다 심지어 수입 원단까지 사용하거나, 유행에 맞춰 몸매를 강조한 학생복도 나왔다. 그러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이벤트까지 연다.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전가됐을 것은 뻔하다.

상품 가격은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지만, 교복은 정상적인 자유시장 품목이라 보기 어렵다. 학교가 정하면 학생은 입어야 한다.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는 속수무책이다.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도 있지만, 대형업체들이 비싼 옷을 내놓고 상술로 학생들을 유혹하면 학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라야 한다. 경제난으로 살림이 어려운 판에 학부모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한때 폐지됐던 교복이 부활한 것은 옷값 부담과 학생 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교육 당국과 학교의 책임도 크다. 학교.학부모가 교복을 공동구매하면 가격 거품을 절반 가까이 뺄 수 있는데, 소극적인 학교가 많다고 한다. 이러니 학교가 업체와 유착돼 있다는 비난까지 받는 것이다. 교육 당국도 학교 자율이라며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교원들도 교복 물려입기 운동 등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라. 이런 학생 중심, 생활 중심의 교육개혁 운동이야말로 교원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학생.학부모가 상술에 놀아나게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