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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좀 끝났으면…" 재계 비상체제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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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수사로 기업들은 연일 비상이다. 경영진 소환을 눈앞에 둔 삼성.LG.현대차 등은 수사의 조기 마무리를 위해 검찰에 적극 협조키로 하고 해명 및 관련 자료 정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재계는 "수사가 빨리 진행돼 어떤 결과로든 끝났으면 좋겠다"며 "수사 장기화는 경영 마비와 금융시장 교란 등으로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주요 그룹 경영진들은 연말 인사나 내년 사업 전략 등 경영 활동은 미루고 대책회의로 하루를 보냈다. 한 그룹의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경영은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구본무 회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LG그룹은 이날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는 주요 경영진들이 30층 회장 집무실과 29층 재경.전략.법무팀 사무실을 오가며 대책회의를 열었다. 또 재무팀.법무팀 임직원들은 검찰의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검찰에 제출할 관련 자료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LG 측은 "뚜렷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지만 수사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검찰에 적극 협조하면서 그 추이를 지켜볼 뿐"이라며 "대선 정치 후원금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어 안심했었는데…"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김동진 부회장의 검찰 소환이 이번 주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자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는 주요 임원들이 17층 재경본부와 21층 회장 집무실을 오가며 대책회의를 했다. 현대차 측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원칙"이라며 "이미 주요 경영진이 검찰에 가서 관련 자료와 수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이택 사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沈사장이 이미 소환된 다른 경영자들과는 달리 비교적 짧은 반나절가량 조사받고 귀가했다는 점에 다소 안도하는 기색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미한 혐의에 대한 사실확인 수준이나 정보수집에 가까운 조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롯데.금호.한화 등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그룹들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검찰에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자료 제출도 성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지난 19일 밤 박삼구 회장이 검찰에서 밤샘 조사를 받고 돌아온 뒤 이날부터 경영진들이 말을 아끼면서도 조사 결과에 대해 검찰 측에 알아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롯데그룹은 한때 계열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문에 비상이 걸렸으나 루머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과 수사의 향방을 분석 중이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격호 그룹 회장은 당초 다음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검찰이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사태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 측은 "내년도 사업전략을 예년에는 이달 중 계열사별로 취합, 다음달 초 확정했으나 아직 계열사 자료도 만들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날 월례 회장단 간담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총수들의 줄소환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무기한 연기하고, 강신호 회장과 현명관 부회장이 21일까지 4당 대표를 잇따라 만나 정치권의 협조를 부탁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경련 측은 "재계 전체의 이미지 추락에 업무 마비까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원호.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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