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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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1천억달러를 넘은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위안(元)화 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섬유제품의 수입 증가율을 연 7.5%로 묶는 방어 조치를 내렸다. 대상 품목은 올 들어 폭발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여성 내의.니트 의류.방직제품 등이다.

돈 에번스 상무부 장관은 "미국의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법규에 따라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수입 제한 조치가 가구 등 다른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단계적으로 무역 제재 조치를 확대해 ▶위안화 평가 절상▶지적 재산권 보호▶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준수 등 광범위한 통상 교섭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중국도 즉각 반응했다. 중국은 다음달 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산 제품 구매 계획을 세웠으나 일부 대표단이 대미 협상을 거부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의 랴오샤오치(廖曉淇) 부부장이 이끄는 콩 구매단 30여명은 19일 시카고에서 미국 업체와 하기로 했던 구매 협상을 취소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해 왔으며 중국은 콩.밀 등을 구매하기 위해 별도의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溫총리의 방미에 맞춰 보잉 여객기 등 수십억달러의 미국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 측의 다짐도 불투명해졌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지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 8월부터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보유 규모를 줄이는 등 통상 마찰이 생길 경우 맞대응할 의지를 드러내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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