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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車치기… 빈집털이… '날마다 턴' 부부 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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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대생을 납치 성폭행한 뒤 거액을 요구하고, 주부를 납치해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한 부부 강도가 2백일 만에 꼬리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서울과 대전을 무대로 1백50여차례에 걸쳐 부녀자 납치, 차치기, 빈집털이로 3억여원을 챙긴 혐의(인질강도 등)로 朴모(39)씨와 부인 洪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 부부의 범죄 행각은 지난 봄 시작된다.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교도소와 보호소에서 10년 세월을 보낸 朴씨가 출소한 것이 2000년. 옥바라지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워낸 아내 洪씨에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대전에서 이발소를 차렸다.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배운 이발기술이 밑천. 그러나 장사가 안돼 이내 문을 닫았고, 정수기 다단계판매에 뛰어들었지만 1억원의 빚만 졌다.

서울로 올라온 朴씨 부부는 지난 3월 30일 승용차를 몰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부유해 보이는 여대생을 납치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10시 모 대학 도서관에서 나오는 文모(21.여)씨를 차로 들이받고 "병원으로 가자"며 태워 서울로 끌고 왔다. 朴씨는 文씨를 성폭행하고 나체사진도 찍었다. 그리고는 文씨 부모에게 1억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이 작전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文씨가 탈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朴씨 부부는 이 사건으로 경찰의 수배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서울의 신정동.연남동.노고산동으로 주거를 옮겨다니며 하루에 한 차례 꼴로 차치기.빈집털이 등으로 모두 3억여원을 챙겼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쯤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가에서 주부 李모(48)씨를 차치기로 납치, 두 시간 동안 끌고다니며 빼앗은 신용카드로 3백10만원을 인출했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물품 목록을 보면 훔친 승용차 두 대, 주민등록증 1백2장, 신용카드 1백63장, 휴대전화가 40대나 된다.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거지를 30~60일 주기로 옮겼다. 두 아들을 맡긴 대전 본가와는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또 범행의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서울시내 지도에 자신들이 범행한 지역을 표시하고 같은 지역에서 두번 범행하지 않았다. 또 달아나기 쉽도록 교통체증이 심한 시내 중심부는 범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朴씨는 훔친 물품을 피해자별로 비닐봉투에 나눠 넣고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붙였다. 속칭 '대포폰'이나 인터넷 계정을 개설할 때 피해자의 명의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이처럼 도용한 ID로 D포털사이트 벼룩시장이나 전자상거래 코너를 이용해 장물을 처분했다.

그러나 경찰은 선불 휴대전화를 집중 수사하고 朴씨가 사용한 인터넷 접속장소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은신처를 찾아내 이들 부부를 붙잡았다.

경찰에서 朴씨는 "집사람은 죄가 없다. 모두 나 혼자 했다"고 주장했지만 부부는 함께 쇠고랑에 묶였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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