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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김장 어떻게 할까] "편한 게 최고" 사먹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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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장철이다. 꼭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준 김치냉장고 덕일까. 아니면 겨우내 익어가며 깊은 맛을 주는 김장 김치의 매력 때문일까. 사시사철 푸른 야채가 넘치는 세상인데도 '겨울 식량'을 비축하려는 늦가을 주부들의 손길은 여전히 바쁘다.

최근엔 포장김치를 필두로 백화점.할인점 즉석김치, 김치공장 투어 김치 등 '파는 김치'들도 김장철 이벤트가 한창이다. 본지 주부 통신원 김승연(36.서울 강남구 도곡동)씨와 임현선(33.서울 종로구 무악동)씨가 각각 담가 먹는 김장과 사먹는 김장에 도전했다. 이들의 생생한 체험기를 들어보자.

벌써 경력 8년의 주부지만 올해도 김장을 직접 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루종일 집안일에 여섯살, 두살 된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좋은 배추 사서 절이고 무채를 썰 시간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계속 시댁.친정에서 가져다 먹자니 해가 갈수록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 첫 '김장 독립'을 일단 '사먹는 김치'로 대체하기로 했다.

요즘에는 김치업체에서 주관하는 김치투어에 참가하면 내가 원하는 재료로 김치속을 만들어 담가올 수 있지만 그 역시 하루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사실 사먹는 김치는 '혹시 중국산 김치가 아닐까' 의심스러워 꺼림칙하다. 쓰레기(스팸)메일로 날아오는 김치 광고에는 10㎏에 2만1천원짜리도 있지 않은가. 지나치게 값싼 김치는 사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내맘대로 맛내는 '즉석김치'=일단 종가집김치.풀무원김치.CJ햇김치 등 유명회사의 김치를 소포장 제품으로 구입해 맛을 봤다. 이들 김치는 진공포장에다 온도관리가 철저해 톡 쏘는 맛이 좋았다. 맛도 별로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숙성돼 있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는 만큼 한꺼번에 대량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좀더 신선한 맛을 찾기 위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의 즉석김치코너를 찾았다. 즉석에서 절인 배추에다 김치속을 넣어 버무려 줘 갓 담근 채로 집으로 가져와 취향에 맞게 숙성시켜 먹을 수 있다.

농협하나로마트의 경우 김치속에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멸치젓의 양을 조절해 넣어주기도 하고, 굴이나 생새우를 따로 사가면 깨끗이 씻어 김치속에 함께 넣어 버무려주기도 했다. 김치속과 절인 배추를 따로 구입해 한입씩 싸 먹으면 진짜 김장 분위기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즉석김치는 충분히 익었을 때 어떤 맛을 낼지 짐작하기 어려워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졌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특별한 김치가 눈에 띄었다. 강화 순무김치.매실김치.인삼김치.뽕잎김치, 선인장에서 추출한 엑기스로 만든 홍물김치 등 이색김치들이 입맛을 돋우고 있었다.

◇입소문 밑천'가정식 김치'=최근엔 솜씨좋은 주부가 가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주변에 파는 '가정식 김치'도 꽤 많이 등장했다. 브랜드나 점포가 없어도 주부의 손맛으로 인기를 끄는 김치가 동네마다 있다고들 한다. 강남 일대 주부들이 많이 주문해 먹는다는 '알지김치(진보식품)'는 가정식 김치는 아니지만 업체가 별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단골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진 김치다.

며칠을 고민하고서도 결정하지 못했던 우리집 올해 김장김치는 우연찮게 결정됐다. 도봉구 방학동 이모댁에 놀러가 맛본 '가정식 김치'가 입맛에 꼭 맞았기 때문이다. 이모 이웃에 사시는 분의 올케가 강원도에서 담가 보내준다는 이 김치는 다시마와 새우젓 국물을 펄펄 끓여 풀을 쑤어 만든 김칫국물의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20㎏을 주문하면 사흘 후 배달받을 수 있다. 올해는 늘 김치를 얻어먹던 친정과 시댁에도 좀 갖다드려야겠다. "어머니 이 김치 맛 괜찮지요?"

임현선<hsim70@netian.com>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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