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직할시 10년 무엇이 달라졌나(1) 먼지오염 전국 최고 잿빛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총면적 1만1천6백78평방km에 인구 1천8백60만명(서울 1천62만명), 전 인구의 42·7%가 몰려있는 수도권은 70년대 이후 시작된 인구밀집 현상, 무분별한 도시개발·산업육성 정책과 이에 따른 교통난·환경오염 등으로 중병을 앓고있다. 그 실태와 문제점을 규명하는「수도권 진단」시리즈를 연재한다. 첫회로 7월1일로 직할시승격 10년을 맞는 인천시의 오늘을 조명해 본다.
일요일인 30일 오후. 인천시 학익동 장미아파트 상공은 아파트단지에서 1백∼2백m지점에 위치한 H·C산업, D화학 등 대형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과 분진 등으로 잿빛을 이루고 있었다.
무더위에 장마까지 겹쳐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코끝을 스치는 역겨운 카본 냄새, 귓전을 때리는 공장의 소음 등이 짜증과 불쾌감을 일으키게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역겨운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어요. 밤낮없이 날아드는 분진 때문에 베란다에 빨래를 내걸 수도 없구요.』
85년 입주 후 지금까지 공해 몸살을 앓고있는 장미아파트 19개동 6백50가구 주민들은 『정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공해와의 전쟁-. 이것은 직할시승격 10년을 맞는 인천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다.
인천시내 공해물질 배출사업장은 3천2백36개소.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은 ▲대기 1천8백25개소 ▲수질 1천2백59개소 등 3천84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소음·진동을 일으키는 시설도 2천3백16개에 달한다.
전체업체 중 인체에 유해한 아황산가스 배출업소는 1천8백여개소로 하루평균 배출량은 14만7천여 입방m에 이르고있다.
지난해 12월 환경처 조사결과 인천의 대기중 아황산가스 농도는 0·068PPM으로 대구(0·066PPM) 부산(0·055PPM) 등을 앞질렀고 먼지 오염은 2백5마이크로g으로 서울 1백69, 부산 1백45, 광주 1백32 등 타도시의 농도를 훨씬 웃돌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I제철·D제강 등이 위치한 송현동·만석동, 제재단지가 들어선 도화동·석남동, H티타늄·S포도당 주변의 가좌동, 고철 및 사료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8부두 인근 하인천, 모래 및 석탄 야적장이 위치한 연안부두, 4개 연탄공장이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부평동·주안동·도화동·신흥동 일대 등도 장미아파트 단지와 어깨를 겨루는 공해 사각지대.
지난해 9월 인천시가 4개 연탄 공장 주변 주민 4백79명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한 결과 전체 진단대상자중 5명이 진폐의증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박모씨(70)는 진폐증 초기단계를 넘어선 「진폐증 2형」임이 판명돼 충격을 안겨주었다.
I제철주변 송현동과 H티타늄 공장 주변 가좌동 주민들은 저기압 날씨가 계속될 때마다 공장에서 내뿜는 티타늄 냄새와 분진 등으로 호흡곤란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으나 대책은 없다.
인천시가 앓고있는 또 다른 중병은 하천 및 연안오염.
각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하루 41만2백여t으로 생활하수 40여만t을 포함, 하루 81만여t의 하수·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시내 8개 하천을 통해 인천연안으로 방류되고 있다.
시가 지난 4월 조사한 하천 수질 오염실태를 보면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의 경우 굴포천 1백33·5PPM, 심곡천 1백18·7PPM, 계산천 1백12·7PPM, 장수·만수천 93·5PPM등으로 8개 하천 중 공촌천을 제외한 7개 하천이 기준치 10PPM을 최고 13배나 웃돌고 있다.
이 같은 폐수의 연안유입으로 송도 앞바다의 경우 COD가 어패류의 서식이 어려운 3·6PPM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80년 이후 연중 행사처럼 여섯 차례나 되풀이된 연안 어패류 집단 폐사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인천시가 수질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 가좌 하수 종말 처리장 건설 공사를 시작한 것은 직할시 승격 6년만인 87년.
이 하수종말처리장은 올 상반기 중 시험가동에 들어가지만 본격가동은 92년이 되어야 가능하다.
인천시는 올 들어 2백91개의 공해물질 배출업소를 적발, 1백22개 업소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리는 등 행정지도와 단속·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나 인력부족 등으로 효과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6개 구청을 포함한 인천시의 공해 담당직원은 겨우 22명. 이 인원으로 3천2백36개소의 공해물질 배출업소를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공해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의 전환과 공해추방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한 인천시는 전국 제1의 공해도시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천=김정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