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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공감에 호소한 「노동자의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극단 「한강」의 『노동자를 싣고 가는 아홉대의 버스』가 대학생과 젊은 화이트 칼러 층의 호평을 받고있어 주목된다.
극단 「한강」이 주목받는 것은 이번 공연에서 나름의 새로운 모색·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극단 「한강」은 88년 창단 이후 노동운동현장을 강조해온 재야연극단체다. 따라서 현장의 목소리를 문화선전운동차원에서 공연해왔으며, 공연장도 집회현장의 가설무대였다.
그러나 『…아홉대의 버스』는 기성무대에 진입하는 일종의 대중적 실험인 셈이며, 그것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이번 작품 역시 소재는 「노동자의 삶」이다. 하지만 형식은 매우 특이하다. 생경하고 선동적인 현장공연작의 비대중성을 탈피,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 비판적 메시지가 매우 코믹하고 깔끔하게 전개된다.
공연은 9편의 촌극을 옴니버스형식으로 보여준다. 각 장면은 어느 사진사가 찍은 우리사회의 단면들을 뜻한다.
막이 오르면 어둠 속에서 카메라플래시가 터지고 늙은 사진사가 등장한다. 사진사는 관객들에게 『사진전람회를 찾아 줘 고맙다』고 인사한 뒤 몇 가지 객담을 나누고 사진설명에 들어간다. 『함께 보시죠』라는 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지면 스틸사진처럼 굳어있던 배우들이 움직이며 촌극이 시작된다. 9대의 버스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한보따리씩 풀어놓고 떠난다. 주로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사건들이 소재다. 자동차를 홈쳐 일정보관료(?)를 받은 뒤 돌려주는 사업가형 절도범 얘기는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는 도둑의 웅변이 웃음을 자아낸다. 가정생활에 애써 무관심 하려는 노조간부 남편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아내의 눈물은 기성극단의 여느 부부극보다 실감나는 호소력을 갖는다. 현실풍자의 과장된 코믹연기도 「재미」를 찾는 요즘의 관객취향을 고려한 듯하다. 30일까지 매일 오후5시8시(월요일 공연 없음, 화·수요일은 8시만 공연)예술극장한마당. 338-6031. 김주현 작·이수인 연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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