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 성토장된 유세장/김진국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6일 오후 강남 1선거구 유세는 「신정치 1번지」답게 화려했다.
황병태 민자당의원,홍사덕·전민주당 부총재 등이 후보지원에 나섰고 5백여명 남짓의 청중속에서도 이중재 전평민당부총재,이대순 전민정당총무,김용래 전서울시장 등 전·현직 거물 정치인들이 보였다.
그러나 후보들의 연설내용은 이들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보다 최근 국민들의 정치불신·정당불신 여론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4명의 후보들은 정당 추천후보까지도 일제히 기존 정치에 대한 비판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의 김대은 후보(49)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기존 정치인들이 너무 썩었다』며 『국민지지를 못받는 정당이 물거품이란걸 보여주기 위해 몽땅 무소속을 뽑자』고 호소했다.
이같은 태도는 정당후보도 마찬가지여서 민자당의 백창현 후보(64) 조차 『민자당이 하는대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민자당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발벗고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신민당의 조성은 후보(여·27)는 중앙당의 공통공약인 정치성 발언은 하나도 않고 『서울시 의회는 국회처럼 돼서는 안되고 젊은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노인복지·환경문제 등에 대해 수치까지 들어가며 정책위주의 유세를 했다.
민주당의 김충환 후보(37)도 민생치안·공안통치·3당통합 등 기존정치를 통렬히 비판하며 민주당은 뇌물외유·공천행사·수서비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려 했다.
과거 선거에서 보듯 운동장을 어지럽히는 선거 전단이나 유세장 단골손님이던 음료수 장수도 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다른 후보 유세를 방해하는 사람도 없었고 유세장에 나온 주민들도 후보의 연설내용을 경청,운동장을 나설때는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서로 교환했다. 일부 후보의 행동에는 구태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후보나 유권자나 기존 정치풍토는 바뀌어야 한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유세장을 흐르고 있었다.
지난 12,13대때 선거혁명을 일으켰던 뜨거운 열기와 다르지만 제2의 변혁을 이루고자 하는 또 하나의 시민의식이 흐르고 있다고 보는게 잘못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