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백미러 · 리모컨 · 오뚝이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인생을 여행할 때 챙겨야 할 것들

여훈 지음, 살림

모래시계, 돌사진, 샴페인, 선글라스, 오뚝이, 촛불, 후원카드…. 이런 물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는지요?

이건 인생이란 여행에서 길을 잃지 않고, 풍족하고, 건강하며, 즐겁게 지내기 위해 챙겨야 할 필수품 42가지에 꼽힌답니다. 적어도 광고인으로, 이 책의 지은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몇 가지 챙겨볼까요. 길을 잃지 않도록 백미러가 있어야 한답니다. 정확하게는 리어 뷰 미러(rear view mirror)라 불리는 이 거울은 자동차에 적어도 3개씩은 설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선 딱 한 개만 있으면 된답니다. 운전하다 차선과 방향을 바꿀 때 주의하기 위해 있는 백미러처럼 과거는 그저 앞으로 나갈 때 참고하면 되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뒤가 아니라 앞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왕년에…" "대학까지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계속 백미러만 바라보며 운전하면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면서요.

리모컨도 있으면 나를 찾는 데 좋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조정할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날씨나 변덕스러운 직장상사 등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당황해 하지 말랍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조정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감성적 태도를 결정할 힘이 있으니 그 '리모컨'을 쓰라는 거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절망에 빠지거나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어찌 받아들일 것인지 신경 쓰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흉터도 있으면 쓸모가 있다네요. 지은이는 어느 날 사우나에서 조폭을 만났더랍니다. 심심하던 차에 친구와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했다는군요. 겁도 없이. 서로 덩치가 크고 험한 인상을 고르고, 몸의 문신이 크고 화려한 쪽을 짚고 그랬는데 막상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조폭이라 하기엔 조금 작지만, 크고 작은 흉터를 많이 가진 이가 우두머리였답니다. 거기서 지은이는 깨닫습니다. "경험은 종종 상처를 만든다… 어쩌면 세상은 상처가 많고 흉터가 많은 사람의 것일지 모른다…흉터를 부끄러워만 할 것이 아니다. 결국엔 그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더 높은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하고요.

지은이는 자신이 평범한 생활인이라고 합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로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 애쓰는 사람이랍니다. 그런 만큼 무심하게 스쳐가는 일상에서 길어올린 그의 이야기는, 철학자나 성직자의 그것보다 더욱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아, 그렇다고 지은이가 꼽은 '인생 필수품'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우리라고, 나만의 '인생 필수품'을 챙기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의의 있을 듯합니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