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상화에 단합된 의지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학 내부의 폭력은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의 위기라는 인식아래 전국대학 총·학장들이 대학폭력 추방을 위한 단호한 결의를 보인데 대해 우리 모두 뜻을 같이 한다.
이미 우리는 대학을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공권력의 강압적 개입보다는 대학 주체의 자율적 해결방식이 긴요함을 수차에 걸쳐 주장해 왔다.
이제 앞으로의 대학 정상화 움직임은 그 단호한 결의를 대학 내부에서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총·학장 회의에서 결정한 구체적 방안을 보면 엄격한 학사관리와 학칙 준수,학생회의 운영권 장악 및 학생회비와 자판기 판매비의 운동권 자금유출차단,학생들의 점거농성·난동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대학간의 공동대응을 위한 「학원정상화 위원회」설치 등으로 요약된다.
검토된 방안들은 모두가 대학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된 현안들이었고 이런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오늘의 대학가 혼란상을 가중시켜 왔음은 분명한 지적이다.
학생회를 무마하기 위해 재단이 위무·선심조의 뒷거래를 했다는 풍문이 들리는가 하면 전국 대학총학생회의 모임인 전대협의 운영자금이 연간 수억원대를 넘는다는 소리도 있었다.
학생회 사무실에,심지어 강의실까지 화염병 제조를 위한 병과 원료가 반입되고,제조된 화염병이 무수히 쌓여 있다는 자탄이 대학교수들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대학내부의 이런 적폐들을 교수회의 교수협의회,총·학장,재단이 방치하고 방관했기 때문에 오늘의 무법천지가 되었음을 결국 총학장회의가 자인을 한셈이고 그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서 폭력추방을 결의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민주화 4년동안 방치되고 심지어 방조까지 되어온 이러한 비정상이 한번의 총학장회의 결의로 사라질 수 있느냐,「총리폭행」사건으로 여론의 힘을 빌려 단숨에 밀고 나갈 수 있느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여지게 된다.
적어도 대학 총·학장들의 결의만으로는 대학내부의 이런 악폐들을 일소할 수 없다고 본다. 오랜만에 형성된 대학폭력 추방을 위한 공감과 합의를 자율적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간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선결문제다.
누가 고양이에 방울을 달 것이냐고 전전긍긍 눈치만 살필 일이 아니라 교수협의회나 교수회의를 통해서 단합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다수 학생의 호응을 얻는 실천방안이 제시될 때 폭력추방을 위한 대학내부의 합의가 완결될 것이다.
바로 이런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대학 내부의 또 다른 악폐로 존속되어 온 일부 사학 재단의 비정상적 운영도 차제에 새로 태어나는 변신을 통해서 새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학정상화를 위한 이번 결의가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재단·총학장·교수협의회의간의 단합된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