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쿄에서] 난민에 폐쇄적인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해 5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탈북자 가족 5명이 일본 총영사관에 망명하려다 총영사관의 '방조' 아래 중국 경찰에 강제 연행됐었다. 당시 폐쇄적인 '난민 인정 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난민에 대한 문호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게 결국 시늉뿐임을 드러내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위조 중국 여권으로 1999년 탈북한 북한 공작원 출신 남성이 법무성에 제출한 난민 인정 신청이 지난 11일 거부됐다. 이유는 "북한에서 박해를 받았거나, 앞으로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답답하게 여긴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2일 "일본 난민행정이 '쇄국 상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인정받은 난민수(1차 심사 기준)는 각각 2만7천여명, 2만1천여명이었다. 일본은 14명뿐이었다.

11년 동안 일본에 살며 필리핀 여성과 결혼, 두 자녀를 둔 미얀마 남성이 최근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그는 11년 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그냥 눌러 살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9일 '가족을 생이별시키지 말라'는 사설로 정부를 나무라고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도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남편만 추방'이라는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의 이 같은 폐쇄성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를 약화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한국도 그런 점에서는 떳떳하지만은 않다.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