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틈」좁힌 한솥밥 45일|단일팀 첫발「코리아」탁구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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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반세기 가까운 분단의 틈을 좁혀 「하나되기」위한 가능성을 타진해본 45일간의 시험이 7일로 막을 내렸다.
46년간을 적대와 증오로 대결해 왔기에 이번 남북 단일「코리아 탁구팀」은 7천만 겨레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생소해진 언어와 체제차이로 인해 야기되는 사고의 이질감 등으로 이번 코리아팀 56명 선수단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통일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로 새겨졌다.
과연 통합과 화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이 같은 근본적인 의문은 『서울을 떠나기 전 북측 선수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는 현정화의 우려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만나는 순간 그것이 기우였다』는 현의 고백만큼 제3국 일본 속에서 남북은 「한국」과 「조선」의 국호처럼 둘이 아닌 하나의 「코리아」였다.
3월25일 선수단이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처음 합류했을 때 서먹함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그것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마주치며 익혀온 낯익은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접촉보다는 이처럼 선행교류가 있었던 것이 서로에게 보다 빠른 친밀감을 형성시킨 것이다.
남과 북의 첫 마찰은 언어에서 시작됐다.
훈련방법·시간 등은 대동소이했지만 코치는 「지도원」, 서브는 「쳐 넣기」 드라이브는 「감아치기」, 에지는 「스치기」 등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시피 한 탁구용어는 적지 않는 혼란을 야기시켰다.
그러나 한달반 동안의 격의 없는 접촉동안 용어의 혼용이 생겼다.
서로 상대방의 용어를 불편 없이 무의식중에 섞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에게 편의를 주기 위한 마음의 배려도 있었겠지만 장기간의 접촉이 자연스레 가져온 결실로 46년 분단의 간격을 45일에 좁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 대목이었다.
단순현상 같으면서도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주는 최우선이 언어임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4주의 합훈 동안 대부분 기독교 신자인 남측 선수들은 주일이면 한방에 모여 예배를 보았다.
이에 대한 북측 선수들의 반응은 『통일이 되면 믿을 수도 있다』는 유연한 것으로 종교에서도 부정의 의사표시 없는 진일보한 자세였다. 『정화 없이는 복식경기를 못할 것 같다』는 이분희의 고백이나 『이제 다시 남북이 갈라져 경기하게 되면 어떡하느냐』는 김택수의 반문은 적어도 탁구에서만은 다시는 남북대결을 할 수 없다는 은연중의 굳은 결심을 양측 모두에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45일간의 한집 살림으로 완전히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것은 아니었다.
유순복은 두 살 많은 이분희에게 자연스레 『분희 언니』라 부르지만 한 살 많은 현정화에겐 『정화 동무』로 차별 호칭, 아직은 인색한 모습이었다. 【지바=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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