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들, 아시아계 '사절'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계 학생들이 급속히 늘어나자 미국 대학들이 아시아계의 입학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뉴욕 타임스(NYT)를 인용, 8일 보도했다.

1996년 이래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 폐지된 캘리포니아.텍사스.워싱턴.플로리다.미시간 주 등지의 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캠퍼스 내 최대 인종으로 등장했다. 인종을 불문하고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뽑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아계 인구는 12%이지만, 9개 캘리포니아대에서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은 37%에 달한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의 경우 2006학년도 신입생의 46%가 아시아계였고, 전체 재학생의 41%가 아시아계다. 이 대학에서 백인은 29%, 흑인 4%, 히스패닉은 11%에 불과하다.

엘리트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아시아계 인구는 5%. 그러나 이 엘리트 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의 비중은 10 ̄30%에 달한다. 하버드대는 18%, 예일대는 14%, 프린스턴대는 13%,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7%, 스탠퍼드대는 24%에 달했다.

뉴욕 타임스는 아시아계가 워낙 많자, 많은 최고 명문대학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우대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을 사실상 부활시켜 인종별로 입학 규모를 배분한다고 보도했다. NYT는 "엘리트 사립 대학들이 소수계 우대 정책을 폐지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차지할 입학 기회의 80%를 가져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입학의 대가(代價)'라는 책을 쓴 대니얼 골든(Golden)은 NYT에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새로운 유대인(new Jews)'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아이비 리그 대학(미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들이 중.상위 계층의 개신교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똑똑한 유대계 학생들의 입학을 제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그런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NYT는 "소수계 우대 정책을 아시아 학생들을 제외하는 데 적용할 경우 자칫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지만, 아이비 리그 등 일부 명문 대학들은 여전히 아시아계 학생들을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동등한 기회를 위한 연구소'(Center for Equal Opportunity)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시간대의 2005학년도 신입생 선발에서 아시아 학생들의 대학수능시험(SAT) 성적은 흑인에 비해 140점, 히스패닉에 비해 240점이나 높았다. 그러나 아시아계 지원학생의 입학 허용 비율은 54%로, 흑인(71%)과 히스패닉(79%)에 비해 훨씬 낮았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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