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우리대표 만나 “환영”인사/평양 IPU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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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측 인사들 “독일식통일 생각말라” 경계/대표단 만찬서 한국기자 사진촬영 금지
○…북한방문 나흘째를 맞은 국회 대표단(단장 박정수)은 30일 오전 인민문화궁전에서 속개된 IPU 총회 본회의에 참석,대표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을 촉구했다.
대표단의 조순승 의원은 이날 핵관계 토론에서 『북한이 조속히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원자력 관계시설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받는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대표들은 이날 오전 자동차를 타고 대성산등 평양시내를 관광했다.
대표단은 이날 저녁 옥류관에서 윤기복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 심의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위해 만찬을 베풀 예정이다.
이에 앞서 29일의 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일성주석은 남북통일문제등에 대한 원칙론적인 입장만 개진하고 남측을 비난하지 않았다.
○…국제의회연맹(IPU) 제85차 평양 총회에 참석중인 국회 대표단의 박정수 단장은 평양방문 3일째인 29일 저녁 금수산 의사당(주석궁)에서 김일성주석이 각국 대표단을 위해 베푼 만찬에 참석,만찬도중 각국 대표단장들과 인사를 나누던 김주석과 상면.
김주석은 이날 만찬이 시작된지 약 1시간이 지난 잔을 들고 대표단장들의 탁자를 돌다가 일곱번째 탁자에 있던 박단장을 만나자 반갑게 인사.
박단장이 의전관계자의 소개를 받아 『남쪽에서 왔다』고 말하자 김주석은 반색하면서 『환영한다』며 잔을 부딪쳐 한차례 건배.
박단장은 이어 선채로 『정상회담을 빨리해 통일이 빨리 되도록 해달라』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고 김주석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잔을 두번 부딪쳐 건배하기도.
이날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만찬때 『위대한 김일성주석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만수무강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의했으나 정작 김정일 서기는 만찬에 불참.
김주석은 대표단장석을 한바퀴 돈 뒤 잠시 앉아있다가 곧바로 퇴장했는데 겉모습은 건강한 편.
우리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북측이 민찬장소와 초청인사를 알려주지 않자 이를 항의했는데 북측은 우리측 대표단에 김주석 명의로 된 초대장을 보내 25명 전원을 만찬에 초청.
북측은 김주석이 대표단장석을 순회할 때 우리측 기자들이 김주석과 1m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김주석을 근접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인상.
이날 환영연에서 일본등 외국기자들에게는 사진촬영이 허용됐으나 한국 대표단 일행에 대해서는 사진기 휴대가 허용되지 않아 사진촬영을 할 수 없었다.
○…북측은 우리 대표단을 (REPUBLIC OF KOREA)라고 영문으로 표기했으며 대표단석 명패와 출입증에 같은 표기를 사용.
우리 대표단은 이사회가 열리기전 약식회의를 열어 북측이 이번 총회에 제출한 핵무기 확산금지등에 대한 결의안을 검토했으나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고 원론적이어서 대응방법을 박정수 단장에게 일단 일임.
○…『독일처럼 남이 북을 흡수통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북조선은 동유럽처럼 되지 않는다.』
평양에서 만나는 북측 인사들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말이다. 북측 정부 고위관계자에서부터 기자·안내원에 이르기까지 흡수통합에 대한 북측의 경계심리는 대단했다.
지난 27일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는 특별열차안에서 만난 북측의 한 기자는 『남조선이 독일식 통일을 생각하는 모양이나 잘못된 발상』이라고 흡수통합문제를 먼저 꺼냈다. 북측 인사들은 북이 동구국가들과는 다른 사회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동구처럼 되지않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
윤기복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심의 위원장은 28일 저녁 만수대 의사당에서 우리측 대표단을 위 만찬에 앞서 흡수통합론을 비판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북측 인사들이 통일방안·유엔가입문제를 토론할 때마다 흡수통합론을 먼저 꺼내는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채문식 고문,박관용·조세형 의원 등은 『독일통일의 충격을 받고 남북간의 경제적인 격차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
○…북한측은 이종구 국방장관의 핵시설 응징시사 발언이후 대내적으로 방송과 텔리비전을 통해 연일 『남조선과 미국이 도발하고 있다』는등 남한의 북침위협을 집중부각시키는 모습.
29일 주석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시해 조평통 부위원장은 이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과 남이 갈라진 이후 그같은 엄청난 발언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남조선당국이 대화의사가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
그는 또 남북대화의 재개전망을 묻는 기자질문에 『이장관 발언이 실언이나 와전이라고 남측이 설명하는 것은 전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기도.<평양=국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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