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DTI 전국 확대 시행에 은행권 "너무 서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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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민은행이 3일부터 시행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가 감독 당국과 은행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투기지역과 무관한 곳까지 DTI 규제를 확대함으로써 서민층의 내집 마련이 크게 어려워진 데다 미분양 아파트가 즐비한 지방의 주택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워 하는 은행들=은행권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현행 담보 위주에서 돈 빌리는 사람의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바꾸기로 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주도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팀(TF)도 운영 중이다.

TF는 DTI 규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달 중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은행들은 DTI 규제 확대를 대세로 인정하고, 보완대책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1일 DTI 전국 확대책을 먼저 내놓은 것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DTI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서민층 실수요자가 집을 살 기회가 막히고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 위축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TF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DTI 규제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국민은행이 먼저 치고 나갔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국민은행=국민은행은 DTI 규제 확대책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6년 마지막 영업일인 12월 29일 오후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 제한 운용'이라는 공문에서 "1월 3일부터 DTI 40%를 전국 모든 주택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해 영업 첫날인 2일 국민은행은 "기존에 3개월 이상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하는 경우에는 DTI 40%가 아닌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준으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의 정정공문을 각 지점에 보냈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만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내규를 바꾼 것이다.

국민은행 임영식 홍보부장은 "기존 주택을 담보로 할 때도 DTI를 적용하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내규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는 길어야 2주 정도의 한시 조치"라며 "지난 12월에 접수했으나 처리하지 못한 대출 물량이 워낙 많아 이를 조절하기 위해 임시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국민은행이 DTI 규제를 확대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상렬.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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